[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에볼라 공포'가 때아닌 국내 수학여행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3주간의 일정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개막된 가운데 이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보내는 일부 학부모들이 수학여행 취소를 요구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번 ITU전권회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파된 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 대표단이 최종 불참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들과 멀지 않은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대표단이 입국해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11월까지 부산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는 중학교 1곳과 고등학교 7곳 등 모두 8개 학교에 달한다.
부산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보내는 한 학부모는 "ITU전권회의에 에볼라 발생국과 전염국 대표들, 관계자들이 참석하는데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2박3일 일정으로 부산·통영·거제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모 고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의 우려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고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2학년 재학생 중 희망 학생들만 수학여행을 떠나는데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며 "ITU전권회의 장소에 가지 않기 때문에 참석자들과 접촉할 일이 전혀 없어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에볼라 확산을 둘러싼 수학여행지 논란이 지나친 반응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 지역 일부 학부모들의 우려와는 달리 ITU전권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는 에볼라 감염을 둘러싼 별다른 동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권회의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지역의 한 학부모는 "직접적인 감염국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는데다 당국도 철저한 겸역을 약속한 상태라 지역 주민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도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마둔 뚜레 사무총장은 "에볼라가 전파된 일부 국가 대표단은 한국에 오는 대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에 온 대표단도 엄격한 검역을 거쳤다. 이번 전권회의 참가자들은 해당 국가에서 가장 안전한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은 급성 열성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의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