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기독교학교 정상화 추진위원회 '제3차 세미나'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기독교대한감리회관 16층 본부교회에서 열렸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교육국,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육자원부,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경신고등학교 박정음 교장과 배재고등학교 김용복 교장, 성균관대 유재봉 교수(교육학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가 발제를 맡았다.
경신고 박정음 교장은 우선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비교하며 "미국과 서구 여러 나라들은 사립학교의 자율적인 학교운영과 특색 있는 교육의 조화를 이뤄 공립과 사립이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살리는 자유롭고 건강한 교육 시스템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은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은 획일화됐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여러 유형의 학교들은 입시학원이 됐다"며 "연례행사처럼 때가 되면 언론사마다 교육의 다양화를 내세운 교육정책도 서열화를 부채질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의 다양화를 내세운 교육정책도 서열화를 부추기는 최고의 주인이 된 지 오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 교육제도는 새장에 새를 가둬 기르는 제도다. 이런 제도로는 발달한 나라는 될 수 있어도, 행복한 나라는 될 수 없다. 선진국은 될 수 있어도 좋은 나라는 만들 수 없다"면서 "지금 고등학교는 이미 한 줄로 서열화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고 교육현장에서 느낀 소감을 밝혔다.
박정음 교장은 이어 '자사고 문제에 대한 일반종립학교의 입장'에 대해 발제하며 "교육 변혁의 길을 가더라도 서열화를 부추겨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켜서는 안 되며, 반드시 교육은 수직적 서열화가 아니라 수평적 다양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한국교육은 이제 사립학교에 자율권을 회복시켜주는 대전환의 교육개혁을 할 때"라며 "이제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기독교학교와 비기독교 학교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창의적이고 품과 도량이 넓은 인재를 기르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모든 초중등학교는 추첨으로 결정하되, 종립학교와 같이 세상과 구별된 설립정신으로 교육하는 학교는 '회피제도'를 도입하며, 종립학교라도 지리적 환경 등으로 '회피제도'를 당장 원치 않을 땐 희망에 따라 그 도입 시기를 유예하거나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종립학교와 같은 학교는 본연의 설립이념을 철저히 교육하도록 오히려 의무화해 다양성 있는 사회를 만들어 좋은 나라, 강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전했다.
배재고 김용복 교장은 '자사고 문제에 대한 기독 자사고의 입장'에 대해 발표하며 "자사고 폐지의 명분은 자사고로 인해 일반계 고등학교(일반계고)가 황폐해졌다고 공공연히 말하는데, '일반계고 황폐화'라는 조희연 교육감의 일반계고를 보는 시각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김 교장은 "일반계고는 황폐해진 것이 아니라 '일시적 위기'"라며 "위기가 닥쳐온 곳은 위기만 슬기롭게 극복하면 얼마든지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장은 일반계고 황폐화 원인을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입시위주의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유재봉 교수는 '자사고 문제에 대한 교육학자의 입장'에 대해 전하며 "자사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첨예한 이념 논쟁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며, 유 교수는 "자사고를 옹호하거나 자사고 지정취소에 반대하면 보수고, 자사고를 비판하거나 자사고 지정취소를 찬성하면 진보로 편 가르기를 하느냐"라고 일갈했다.
유 교수는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도 이념적 성향을 달리하는 보수적 정부와 진보적 교육감의 이념적 힘겨루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부분 교육정책이 큰 청사진과 장기적 계획에 순차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주로 정치적 결정으로 급작스럽게 이뤄진다"며 "많은 교육정책이 졸속으로 대통령 공약 개발과정이나 인수위에서 개발되며, 그 정부를 대표하는 공약이나 교육 브랜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고 문제는 자사고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상의 문제"이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사고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학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교수는 '자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교회가 자사고 문제, 특히 기독 자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사고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책임은 없지만, 한국교회가 건강한 기독교 사립학교가 존재하도록 해야 할 책무는 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 자사고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책임 있게 응답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기독교학교가 새로워지는 것은 물론 한국교육이 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육을 향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