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불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불붙을 조짐이다. 중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기국회 이후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뜻을 밝히면서 한 풀 꺾였던 개헌 논의가 동력을 얻고 있다. 여야가 이미 개헌 발의선을 확보한 데다 새정치연합도 적극 환영하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16일 상하이 홍차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이후)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룰 텐데 이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며 "다음 대선(2017년)에 가까워지면 개헌 논의가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 요소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도'를 비롯해 중대선거구제와 석패율 도입 등과 같은 구체적인 구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헌 발언이 돌발이 아니라 어느 정도 구상을 한 뒤 내놓은 것이라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개헌=블랙홀'이라며 개헌 불가 의견을 밝힌 지 10일 만에 집권여당의 대표가 개헌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선거 때는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개헌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정작 집권 초기에는 치적 쌓기에 몰두하고, 임기 말에는 개헌 동력을 잃어버려 다음 정부로 과제를 넘겨오곤 했다.
하지만 2016년4월 총선 전까지 선거가 없는 만큼 여야 모두 내년이 개헌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여야 의원 152명이 가입해 있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를 넘어 이미 개헌 발의선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개헌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의 찬성으로 의결돼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새정치연합도 개헌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정기국회 이후 개헌특위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야당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 원내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을 했다"며 "세월호특별법이 만들어진 이후 정기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 (개헌에 대해) 많은 연구가 돼 있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환영했다.
다만 친박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개헌 시기상조론'에 동참해 개헌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개헌 논의의 걸림돌이다. 더욱이 개헌 논의에 돌입하더라도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어 실제 개헌까지 갈 길은 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