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바티칸이 그동안 금기되어왔던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는 방안을 공론화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 일정 중간에 공개된 12쪽 분량의 예비보고서에서 동성애자들도 교회에 나올 은사를 받았으며 이들의 결합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소중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고서는 교회가 이혼한 사람들을 환대해야 하며 세속적 결혼은 가톨릭 신자들의 동거가 지니는 긍정적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동성애가 "본질적으로 비정상"이며 동거부부들은 죄악의 삶을 살고 있다고 규정한 전통교리 문서들의 언명이 빠져있는 대신에 포용과 환대라는 용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혼. 재혼한 신자의 영성체 허용 여부도 핵심 의제 중 하나다. 가톨릭은 교회법상 이혼을 허용하지 않아 이혼했거나 이혼하려는 신자는 교회법원에서 까다로운 혼인장애 해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이혼하거나 재혼한 신자의 영성체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주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며 분명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가톨릭은 이혼한 신자의 아픔을 치료하고 이들의 재혼을 존중한다"며 "이혼이나 재혼을 한 신자가 차별을 느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같은 바티칸 내 유연한 입장에 천주교 내 보수 주교들은 반발하고 있다. 스타니스와브 가데키 폴란드 추기경은 교회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윌프리드 폭스 내피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추기경과 레이먼드 버크 미국 추기경도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내피어 추기경은 문제의 보고서가 주교 시노드의 전체 의견을 반영한 것이 아니며 최종보고서는 특정 분파가 아닌 시노드 전체의 비전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부 반발에주교 시노드 주최 측은 일부 주교들의 반발이 거세자 보고서는 향후 수정될 단순한 실무자료이며 언론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부분의 집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이번 시노드의 특별서기로 임명된 몬시뇰 브루노 포르테. 그간 저술활동을 통해 '비정상적' 결합에 관용적 경향을 내비친 이탈리아 신학자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는 지난 5일부터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바티칸에서 열리고 있다. 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253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참석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강 주교는 시노드 사무처장과 사무국장을 도와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는 6명의 교부 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