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지난 10일 대북단체가 살포한 전단에 북한이 격추하는 방식으로 고사포를 발사했다. 이로 인해 개선되는 듯한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이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이 이날 오후 4~5시 사이 영내로 날아드는 대북전단을 향해 2차례에 걸쳐 고사포 60여발을 발포하자 예상됐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북한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을 체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규정하면서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사실상 방조하는 우리정부를 비난해왔다. 결국 이번 발포는 북한이 그간 해왔던 경고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발포와 우리군의 대응사격 속에 단발성으로 마무리되면서 사태가 추가로 악화되진 않았지만 이번 교전으로 남북관계가 재차 급랭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르면 이달말께 열릴 예정이었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도 어느정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건으로 고위급접촉의 시기와 의제에 변화가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평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3인방의 깜짝 방문과 이에 따른 고위급접촉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 이번 사건으로 탓에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동안 남북관계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대북전단 대응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고위급접촉까지 가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삐라에 총격으로 대응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며 "앞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고 당국간 남북간 합의와 약속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양 교수는 이어 "그간 북한이 예고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정부가 북한에 빌미를 줬다. 남북간 합의를 해놓고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우리정부는 삐라가 북한주민들을 얼마나 각성시키는지, 그리고 오히려 삐라가 한반도 긴장을 조성시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지난 4일 남북 고위급 접촉을 언급하고 있어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 구사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12일 발표한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지난 10월4일 인천에서 있었던 북남 고위 당국자들의 접촉은 북남관계 개선에 좋은 분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언급했다. 담화는 특히 "이에 따라 제2차 북남고위급접촉도 일정에 올라있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모처럼 마련돼 가고있는 개선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이 '인천 고위급 회담'을 처음으로 공식화 한 것으로 북한은 지난 4일 이후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떤 의미부여나 성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없었다.

이는 11일 관영 매체를 통해서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총격에 대한 우리 측의 항의에 대해 전통문에서 '기구소멸전투'를 개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과 다른 모습이다. 그러면서 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을 보이며 "모든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이중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양측이 합의한 고위급 접촉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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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