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아침이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또 출근해야 하는 것이 말할 수 없이 괴로운 35세 회사원 A씨, 예전보다 짜증과 화, 건망증이 늘고 큰 돌덩이 하나를 올려놓은 듯 가슴이 답답하다는 50세 주부 B씨, 불면증과 두통을 달고 살며 중요한 프로젝트 때면 설사 증세까지 동반된다는 43세 프로그래머 C씨,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본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인지 모르겠고 다 때려치우고 훌쩍 떠나고 싶다는 53세 자영업자 D씨..."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85퍼센트가 앓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널리 펴져있는 이 심각한 질환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우울증을 동반하며 심각한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가정과 직장,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번아웃 신드롬에 대해 소개한 후 스트레스와 삶의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힘, 회복탄력성에 주목한다. 독일의 유명 학술 기자이기도 한 저자 크리스티나 베른트(Christina Berndt)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사례를 생생하게 기록하며 이들의 공통점을 파악한다. 또한 회복탄력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환경적, 신경생물학적, 유전학적, 후성유전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며 번아웃에서 벗어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수많은 통계가 일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을 경고한다. 지난해 평균 근무 시간은 총 2090시간이며 하루 평균 10시간 30분에 이른다.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고 노동생산성은 전체 평균의 66퍼센트에 머무른다. 이러다 보니 한국 직장인 중 85퍼센트가 번아웃 신드롬에 빠져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번아웃 신드롬은 단순한 스트레스의 차원을 넘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무기력함에 빠지게 하며 수면 장애·우울증·대인 관계 악화·인지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이에 많은 OECD 선진국들이 근로자들을 위한 병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진단서만 있으면 유급 휴가를 상사의 눈치 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하다.〈번아웃>의 저자 크리스티나 베른트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번아웃 신드롬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며,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이 모든 스트레스와 삶의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강화하는 삶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습득하라고 조언한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고통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이 책의 연구 대상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강력한 마음의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인가? 저자는 이에 관한 수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그들의 공통점을 소개한다. 우선 저자는 고통스럽고 힘든 환경이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역경에 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마이클 미니의 카우아이 섬 연구를 소개한다.

또한 어린 시절 자신에게 진정한 관심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이라도 있다면 후에 이 힘이 엄청난 고통과 역경을 이겨내는 근원이 된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들 또한 상처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삶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자라고 회복탄력성이 더 강하거나 여자라고 약한 것은 아니며, 회복탄력성은 개인의 성격과 그가 처한 환경의 상호 작용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지기에 시련 또한 성장의 디딤돌로 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끊임없이 후천적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은 선천적으로 상처를 잘 받고 원래 회복탄력성이 약하다든지, 후천적으로 회복탄력성을 학습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편견에도 일침을 가하며 환경적·신경생물학적·유전학적·후성유전학적 측면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를 인용해 회복탄력성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가 찾은 결론은 회복탄력성이 특정 유전자나 환경 등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 단순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환경이나 유전자를 탓하지 말고 끊임없이 후천적으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급작스런 위기나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그 상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연습을 한다. 또한 강한 회복탄력성을 만드는 데 있어 왕도는 없지만 마음 챙김이나 요가와 같은 명상이나 수련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지독히 하기 싫은 일상의 일들도 그것을 빨리 해치워버리려고만 하지 말고 순간순간에 의식을 몰입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쓸데없이 부정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한편, 저자 크리스티나 베른트는 독일의 유명한 학술 기자다. 하노버대학과 비텐-헤르데케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 암 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의 유명 시사 주간지 슈피겔, 독일의 언론사 도이체 프레세아겐투르, 쥐트도이체 룬트풍크,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에 의학 전문 기사를 꾸준히 기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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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