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서울역 고가도로가 44년만에 시민에게 개방됐다. 서울역 고가는 1970년 준공 행사 당시 박정희 대통령 부부가 테이프 커팅을 위해 걸어 올라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보행공간으로 개방된 사례가 없다. 이 곳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까지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같은 공원을 조성키로 한 곳이기도 하다.
이 날 서울역 고가를 밟아보려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4시간 가량 찾은 시민은 2300여 명(서울시 추산)에 이른다. 5층 건물 옥상과 비슷한 17m 높이의 이 구간을 걷는 시민들은 도심 속 전망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낮 12시30분부터 30분간 3개 퍼레이드팀과 7개 거리공연팀이 펼친 꽃길 퍼레이드와 공연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서울역 고가 개방 행사를 위해 동원된 서울시 공무원만도 140여 명 된다. 자원봉사자까지 합하면 약 300명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들의 집회가 열려 한때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이들은 공원화 사업이 세계적인 쇼핑센터인 남대문지역 상권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380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을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남대문시장상인회 김재룡 회장은 "동·서울을 연결하는 고가가 막혀 교통체증이 불보듯 뻔한데 대책도 없이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시장 상권을 죽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상인회에는 남대문시장 상인 1만20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40여년간 옷 가게를 운영했다는 윤정순(71·여)씨도 "먹고 사는 생존권의 문제다"라면서 "서민들을 위한 길을 내어주지는 못할 망정 협의도 없이 수백억원의 세금을 멋대로 쓰려한다"고 성토했다.
회현동에 거주하는 주민 이진호(65)씨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높은 지형에 공원을 조성한들 이용자가 몇이나 되겠냐. 고가 위가 서울역 일대 노숙자들의 놀이터가 돼 오히려 관광사업에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앞으로 의견 수렴을 위한 설명회 등을 수시로 열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서울역 고가 일대에 경찰 5개 중대 350여 명이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