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1521년 4월 루터는 종교개혁을 이루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때 그가 황제와 교황청에 보낸 재판관 앞에서 담대히 자기의 신념을 굽힐 수 없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 자리인 부르드 푸르광장에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이 역사적 개혁에는 정신적 영향을 준 인물 4인 후스, 발두스, 위클리프, 사보나롤라 등 4명의 앞선 개혁가들입니다. 그들은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형장에서 사라졌거나 실패했던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후배 루터를 통해 성공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상위에는 "POST TENEBRAS LUX"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어둠 뒤에 빛이 온다"는 뜻입니다. 또 그의 주위에 개혁을 성공케 했던 기도하는 일곱 사람들이 함께 있습니다. 마치 계시록의 일곱교회처럼 말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병든 교회, 비뚤어진 세계를 개혁함에는 말씀과 기도로부터 그 개혁의 힘이 나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강단이 희화화되니 말씀이 바로 선포되지 못하고 바로 선포되지 못하면 성도들이 바로 믿지 못하고, 바르게 살아가지를 못합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이탈하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제대로 되어 가는지 방향성을 판단할 역사적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패할지라도 줄기차게 개혁을 추구해온 개혁의 원리와 방법론이 세워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혁정신을 불러일으켜 줄 믿음의 선배들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그릇된 현실을 바로잡아가는 일에 자기 삶을 바칠 준비된 팀도 없습니다. 어느 시대, 어떤 개혁이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앞서간 선배들의 사상과 싸움을 힘입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나 개혁운동이 한 특출한 영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뜻을 가지고 애쓰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바램이 합쳐져서 드디어 어느 시점에서 두드러지게 되는 것입니다. 개혁운동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공동작품이지 한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국교회는 개인기는 강점이지만 팀웍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민족 전체로나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실적 모순들을 과감히 개혁하고 새로운 역사, 새로운 운명을 창출해 나가려면 이 팀웍의 문제, 옳은 일을 함께 이루어 나가는 운동성을 길러야 합니다. 개개인으로는 뜻이 있으되 그 뜻이 합쳐져 힘이 되고 조직이 되지 못하므로 광야의 빈 울림으로 끝나고 마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어느 시대도 그 시대의 종교이상 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사회도 그 사회의 교회이상 발전하지 못한다는 교훈입니다. 그 어느 교회도 그 교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 이상 자라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시사저널' 잡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준 종교지도자로 개신교에서는 지난 10년간 조용기 목사와 한경직 목사가 나왔습니다. 이렇듯 지도자가 나지 않는 한에는 교회의 번창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영웅도 가고 장수도 가고 이제는 남이 먹여주는 젖으로만 자랄 시기는 지났습니다. 반대로 남을 먹이고 남을 기를 만한 장성한 지도자가 나야할 시기입니다.
교회와 목회자의 세속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개혁자들의 철저한 자기성찰의 영성을 우리도 이어받아야 하겠습니다. 한 민족의 미래는 역사를 진흥시키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모든 큰 역사는 작은 시작에서 비롯됩니다. 세월과 함께 자라 큰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라며 개혁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 바람이 이 땅을 새롭게 하는 바람이 될 것을 꿈꾸며 시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라 함도 세계사도 민족사도 예수님의 장중에 들어있음을 뜻합니다. 역사의 진행이 예수님의 뜻안에서 이루어짐을 믿는 제자된 우리가 우리의 병든 역사를 회복하고 변혁 시킬 수 있는 사명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른 개혁은 어제는 친구였고 동역자였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돌아서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서로 양분되어 서로 욕하는 '자기의'에 치우 친 개혁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성찰에서 시작하여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세월이 가면서 조용하게 그러나 날마다 새로워지면서 만들어져 가는 개혁운동이어야 확장성이 있습니다.
종교개혁 497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개혁운동'을 되새기며 한국교회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아 민족과 역사를 개혁하는 일에 자기 가진 것을 바칠 수 있는 지도자들이 나야 할 때입니다.
글ㅣ이효상 목사(교회건강연구원·미래목회포럼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