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케이아메리칸 포스트] 미국 연방대법원이 각 주에서 주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한 것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를 거부함에 따라 '미국에서 동성결혼은 합법'이라는 종지부를 사실상 찍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하급 법원들이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들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한 심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방항소법원들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헌법이나 주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해왔다.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아나를 관할하는 제7 순회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9월 4일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이라고 명시한 위스콘신 주헌법과 인디아나 주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지난 7월 제4 순회 연방항소법원이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간 결합으로 규정한 버지니아 주헌법과 주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데 이어 2달만에 나온 판결이다. 지난 6월에는 제10 순회 연방항소법원이 역시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이라고 명시한 유타와 오클라호마의 주헌법과 주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연방항소법원의 이 판결에 따라 해당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예정이었지만 연방대법원의 정지명령으로 유타, 오클라호마, 버지니아에서는 판결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유타, 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인디아나, 위스콘신 등 5개주는 연방대법원에 연방항소법원의 이 판결들을 심사해달라고 상소했고 세간의 관심은 연방대법원이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에 모아졌다.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이미 결혼의 정의를 이성 간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법인 결혼보호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주법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날 이유를 밝히지 않고 그에 대한 심사를 거부한다고 간단히 밝혔다.
그 결과 연방항소법원의 판결들은 즉시 발효되어 유타, 버지니아 등 연방대법원에 상소했던 5개주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고 동성결혼자들에게 결혼증명서가 발급되기 시작했다. 제4, 제7, 제10 순회 연방항소법원들의 관할 하에 있는 다른 주에서도 법원의 판결은 유효해져 주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던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버지니아, 캔사스, 콜로라도, 와이오밍에서도 동성결혼은 합법화되었다. 순식간에 미국의 3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이 된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주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한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하급 법원들이 그동안 동일하게 위헌 판결을 내리고 있어 법리적으로 개입할 사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9명의 연방대법관 중 보수 성향의 4명의 대법관들이 지난해 6월 동성결혼을 금지한 연방법이 위헌 판결을 받을 때처럼 또 패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사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53%이고 반대는 45%다. 2011년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가 처음으로 반대 보다 많아진 이후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공식적으로 지지한지 오래되었고 당 강령에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간 결합으로 정의하며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에서도 젊은 당원을 중심으로 동성결혼이 수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40%는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특히, 18세에서 29세 사이의 공화당원은 60%가 지지하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명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리더들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들이 위헌 판결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헌법에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이라는 조항을 넣는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호응은 낮다.
동성결혼 옹호자들은 연방대법원의 심사 거부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묵인이고 그 결과 미국 50개 주의 2/3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며 이제 미국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싸움은 끝났다고 밝히고 있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