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금융감독원이 외국인으로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내국인 투자자인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감시대상 목록(Watch List )'를 만들어 활용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부터는 내국인이 증권 취득을 목적으로 해외 법인 명의의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할 경우 금융당국이 이를 거부·취소할 수 있게 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위장 외국인 투자자 혐의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 후 감시대상 목록을 만들었다. 만약 감시 과정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될 경우 금감원이 해당자에 대해 추가 확인 절차를 진행한다. 추가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자료를 제출할 때 외국인 투자자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위장 외국인 투자자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었고 외국인들의 투자 활동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위장 외국인 투자자 혐의자를 가려낼 수 있는 '표출 모델'을 개발해 가동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감시대상 목록을 통해 파악한 혐의자는 전체 외국인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한 내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하거나 주식양도차익,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회피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는 "국내 투자자가 외국인으로 위장한 후 주식시장에서 규제회피, 탈세 등을 저지를 경우 국세청과 검찰 측에 조사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적발된 '위장 외국인 투자자'의 주요 특징은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자본금 규모가 매우 영세하며 법인의 사업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관리하는 것과 달리, '검은 머리' 외국인은 시세조종, 자전거래 등을 위해 잦은 매매를 반복하거나 소위 '몰빵 투자'를 통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위장 외국인 투자자 혐의자가 내국인으로 밝혀지거나, 추가 확인 절차를 거부하거나 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 등록을 거부·취소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규정 개정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금융위를 통과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무리없이 의결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