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전국 교육감들이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에 어린이집 보육료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교육감들은 보수와 진보 등 성향을 떠나 정부의 졸속 무상보육 정책으로 인해 늘어나는 현장 부담과 교육지원 정부예산 삭감에 당국을 향해 한목소리로 성토하는 모습이다.
7일 전국교육감들은 국회에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긴급 총회 결과,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교육감들이 전원 결의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정부와 지자체가 담당해야 할 예산을 교육청에 전가하고 있다"며 "인건비 지출조차 버거운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누리과정은 미취학 아동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누리과정 기관으로 인정하고 공통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만 3살부터 5살 사이 어린이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면 그 비용을 지원는다. 이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는 관계 없이, 공립 유치원은 6만 원,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22만 원씩을 매달 받는다. 이같은 재정 지원은 시도교육청이 도맡아 왔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이 내년 누리과정에 부담하는 예산3조9284억원 중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2조 1천억여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올해보다 무려 1조 3천억 원이나 깎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시도교육감들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보이콧 선언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교육감들은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지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지방교육재정을 아끼면서까지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누리과정이나 초등돌봄교실 등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담당하기로 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부담을 시행령을 이용해 시도교육청에 전가해 이같은 결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육감은 "정부시책사업은 지방교육재정이 아닌 중앙정부재정으로 부담해 어려운 지방교육재정을 정상화 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금으로는 교사 월급 주는 것조차 버거워 이런 결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방채 발행으로 교육청 예산 부족 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2조 2000억원을 요구했지만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면 기재부가 이를 사들이는 방안을 교육감들과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