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검찰이 대리기사와 행인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일 기각됐다.
이날 김병권 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 유가족 3명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렸다"며 영장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앞으로 이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같은 법원 결정에 유가족 측과 대리기사 측 변호인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유가족 측 변호를 맡은 양홍석 변호사는 "법원의 신중한 판단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데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리기사 측 변호를 맡은 김기수 변호사는 "범죄가 중대하고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지 않냐"며 "가해자들끼리 이미 말 맞춰서 온 것 아닌지, (법원이) 세월호 유족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0시40분께 영등포구 여의동 KBS별관 인근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 행인 2명과 시비를 벌이다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30일 서울남부지검은 이들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데다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의 싸움을 말리는 선량한 시민들에게도 집단적으로 폭행을 가해 피해를 입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유족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객관적 위치에 있는 목격자의 진술로 확인되는 범행까지 일부 부인하는 등 거짓 진술을 반복한 점에 비춰 증거 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법원 판단에 대해 의견을 특별히 제시하기가 어렵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