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삼성그룹이 베트남을 중국에 이은 '전략적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들어 베트남을 전략거점으로 삼고 투자 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베트남에서 이미 집행했거나 집행할 예정인 투자 규모는 약 80억 달러(약 8조4000억원)에 이르며, 현 투자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100억 달러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늘어나는 글로벌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TV 중심의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투자하는 소비자가전 복합단지의 규모는 70만㎡(약 21만평)로 투자금액은 5억6000만 달러(약 5956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서 TV 중심의 소비자 가전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에 투자 결정을 한 소비자가전 복합단지는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늘어난 소비자 가전의 중·장기 수요를 맞추는 한편, TV 사업의 글로벌 1위 신화를 지속하기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비자가전 복합단지 외에도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닝성에서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폰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09년부터 박닝성 옌퐁공단에서 운영 중이 연산 1억2000만대 규모의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타이응웬성에도 20억 달러를 투자한 제2 휴대폰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박닝성에 이어 타이응웬성 공장까지 본격 가동되는 2015년에는 베트남에서만 2억4000만대가 생산돼 삼성전자의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 거듭난다.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12억3000만달러를 들여 휴대폰 부품공장을 짓고 최근 시험 가동을 시작했고, 올 4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박닝성에 10억 달러 규모의 디스플레이 모듈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이밖에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중공업도 베트남에 해외 첫 조선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태흥 삼성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또는 말레이시아에 2017년까지 약 1조원(9억5000만 달러)을 투자해 조선소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벌커, 탱커 및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베트남 지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요인으로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지리적 이점,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지원정책 등이 꼽힌다. 이러한 이점으로 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 9200만명의 인구대국으로,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임금은 중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 2012년 기준 월 평균 임금이 베트남 하노이 111달러, 호치민 130달러로 중국 베이징의 538달러, 상하이 439달러 보다 월등히 낮다.
삼성전자 외 LG전자도 오는 2020년까지 3억 달러를 투자해 기존 흥이엔과 하이퐁에 있던 가전 공장을 하이퐁으로 통합, 이전하기로 했다. 베트남 공장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과 TV, 모니터를 생산하는 곳으로 통합 공장은 내년 하반기 준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