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 과격단체 '이슬람 국가(IS)'의 위세에 겁을 먹은 중동과 기타 세계의 여러 세력들이 지난날의 원한을 잊은 채 공동전선을 구축하 오월동주(吳越同舟) 현상이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

1979년 이래 국교도 없는 미국과 이란이라는 두 숙적이 IS라는 공동의 적을 맞아 싸우는 '우방'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이라크의 아랍족과 쿠르드족이라는 '태생적'인 적들도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카타르와 걸프만 국가들이 앙숙인 것은 소문난 일이었으나 지금은 둘 다 한마음으로 IS와 대결하는 데 정신이 없다.

런던의 이슬람 전문가 파와즈 제르즈스는 "이들 오랜 숙적들이 이제는 IS가 그들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그들 간의 이견이나 갈등은 따질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오월동주 현상은 미국이 지난달 8일 이라크의 IS에 공습을 한 데다 지난 21일에는 시리아 IS에 공습을 한 이후 한층 가속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요르단 등은 시리아 공습에 직접 참가하고 이들과 반목해온 카타르는 연합군에게 공군기지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시리아 정부의 관계도 그렇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한 시리아 공습이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정부를 돕고 있음을 시인했다.

아사드는 유엔이 전범으로 규탄한 바 있으나 IS의 위협 앞에서는 미국이 그와 오월동주의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바로 1년전 시리아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서 미국이 당장 시리아를 공습하려 했던 것을 상기하면 뽕밭이 바다가 된 듯한 느낌이다.

미국과 함께 공습에 가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시리아 정부와는 숙적관계였다.

그러나 왈리드 알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IS와 싸우고 그들(미국과 아랍 연합국들)도 IS와 싸운다"면서 기왕이면 시리아에서 난립하고 있는 다른 무장세력까지 공습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 정부는 IS와의 전쟁으로 기존의 다른 갈등에 대한 대처를 완화하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데 열심이며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무장세력에 자금을 대주는 문제를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IS를 격파하는 데 몰두하다 보면 종전의 적국들과 간접적인 협상의 기회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암만=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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