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북한인권법" 제정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북한의 인권유린이 세계에서 가장 최악으로, 심각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4년 2월 미 국무부의 에서도 북한의 인권은 세계 '최악'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서의 인권 유린은 살해, 납치, 고문, 비인도적 행위, 감옥 수용, 체포•구금, 공정재판 부재, 사생활 간섭, 표현•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이동의 자유 제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이 무시되고 유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제69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에서는 유엔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위원회는 1년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하여 다각도로 검토하고 조사한 결과를 보고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북한에서 국가 정책에 따라 반인도 범죄로 볼 수 있는 중대한 인권 침해가 이뤄졌다는 점과, (북한)최고지도자를 비롯한 당•군•사법부 등이 주요 가해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에는 이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23일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이 한•일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인권 고위급회의"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닫아야 한다. 이 사악한(evil)시스템을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날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남•북간 대화를 제의'하였다.
그리고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유엔인권이사회에 보고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권고대로 인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또 '국제사회가 탈북민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윤 외교부장관의 남•북간 대화 제의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대남선전 웹사이트를 통해 '철면피하고 가소로운 추태'라고 일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69차 유엔총회에서는 북한인권 문제가 비중 있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유엔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은 지난 1995년으로 제50차 유엔총회에서, 당시 한국의 공로명 외교부장관이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했었다.
그런데 각국 정부 수반의 기조연설엔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당시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관이 '북한에서의 인권 문제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고, 이때 우리 측 유엔대표부 참사관이 처음으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에 무려 2시간에 걸쳐 설전이 벌어졌고, 이 내용은 CNN 방송을 통해 특집으로 전 세계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유엔에서는 10월에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논의와 표결이 이뤄질 것이고, 향후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도 이 문제가 연속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작 북한 지역을 우리의 영토로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북 인권법"자체도 10년째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첨예한 이념 대립 때문이다. 이는 분명 역사 앞에 큰 죄인으로 남을 일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2014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는데, 이 백서는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 증언자 등 실제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조사하였는바, 그 가운데 "인권침해실태"를 살펴보면,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 이주 및 주거권, 생명권이 전체의 85.5%를 차지할 정도로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유린이 매우 실제적이며,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유엔 인권 이사회의 268개 권고안 가운데 113개의 권고안은 받아들인다고 했으나 사형집행방법, 정치범 수용소 폐쇄,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구금 시설 접근,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북한 방문 허용, 식량시장 개혁 허용, 독립적 언론 매체 설립 허용 등 인권의 핵심적인 개선 제안들은 거부한 상태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북한의 눈치나 보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함구할 것인가? 북한 주민 대다수의 생사여탈이 달린 인권문제는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므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빌미로 "북인권법"을 미루는 것은 정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는 않으나 다행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며, 안정 속에 협력하는 동북아를 구현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 인권을 통일의 핵심 주제로 삼았다.
이제 우리 국회도 "북인권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속히 통과시키므로,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대응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사실 북한 인권 문제는 한국이 주도해야 할 일이지만, 정치권 내 이념 대립으로 너무 소모적이고, 지체하였으며, 이를 소홀히 대하였다는 생각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교회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 그동안 한국교회는 너무 태만하였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북한에 대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엄청난 지원을 했으나, 정작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독일에서는 통독 이전에 서독 교회가 동독교회와 동독 주민을 위하여 '프라이카우프'(Freikauf)라는 방식으로 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던가! 반면에 한국교회는 30여 년간 그렇게 많은 북한 지원을 하면서도 정치범 수용소에서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남한으로 데려온 적이 있는가?
이제야말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 한국교회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한 목소리가 되어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당장에 시도해야 한다. 성경만 소지하고 있어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하여 언제까지 침묵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번 유엔에서의 북한 인권 문제 거론이 곧 북한 인권 개선의 중요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천부적인 인권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그 누구라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범하게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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