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제37회 정기총회가 22일 부터 24일까지 2박 3일간 개최된 가운데 예장 대신총회(전광훈 목사)와 통합을 결의하는 등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졌다.
◆ 통합 합의서 첫 공개...'연합과 전진' 선포
22일 첫날 총회에서는 대신 총회와의 교단 통합 최종합의안이 총대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문서로 된 합의서가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양 교단 총회장이 서명한 합의서에 따르면 교단 명칭은 '대신-백석'을 하되,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명칭을 대신으로 하기로 했다. 단, 잔류 인원이 대신 명칭을 사용할 경우에는 제반 문제를 대신 측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우선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신학대학원 명칭은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8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백석대학교 대신신학대학원으로 하기로 합의됐으며, 총회 임원은 백석에서 2년 간 맡기로 했다. 교단 역사는 백석으로 하되, 통합 이후 역사편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양 교단은 통합에 대한 총회 결의가 모두 마무리된 후 오는 11월 25일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통합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합의서에 전제 조건으로 '90% 이상 합류'를 명시한 것은 교단 통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열을 우려한 것이다. 양 교단은 온전한 통합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드려야 한다는 공감대 안에 이 같은 합의를 이뤄냈다.
백석 장종현 총회장은 총회 직전 열린 실행위원 모임에서 "백석이라는 이름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강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신에서 90% 이상의 교회가 통합에 합류할 경우 기꺼이 이름을 내려놓겠다"고 설명했다.
장 총회장은 또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이름과 역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장로교 분열의 역사를 보면, 이름이나 명예에 집착한 경우가 많다. 인간적으로 대신이라는 이름을 주는 것이 나도 가슴 아프지만, 이름까지 내주면서 통합이 된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금 참고 양보한다면 한국 교회와 하나님 앞에 영광이 되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덕이 되는 백석총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승 부총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개회예배에서도 장 총회장은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 가장 큰 힘은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 실천하는 것"이라며 "믿음은 회개와 연합을 이룬다"고 순종의 삶을 강조했다.
◆ 백석-대신 통합, 기립박수 만장일치로 결의
총회 첫날 전격적으로 다뤄진 대신과의 통합안을 총대들이 기립박수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장종현 총회장은"대신 측에서 100% 모두 통합에 합류해서 우리 총회가 대신 이름 쓰길 나는 소원한다. 물론 교단 이름이나 역사 등 세상적인 시각에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님을 위해서라면 인간적인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버리고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다 안고 가는 것이 믿음이다. 교단 통합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한국 교회 안에서 '대신백석'의 깃발을 높이 올리자."고 호소했다.
백석 총회는 교단 명칭까지 양보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가운데 대신과의 통합을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결의하며 양 교단은 합의에 따라 오는 11월 25일 오전 11시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통합총회를 개최한다.
교단 통합 결의에 따라 통합총회장에 장종현 목사, 제1부총회장에 이종승 목사(백석), 제2부총회장에 유충국 목사(대신), 제3부총회장에 이주훈 목사(백석)으로 한다는 합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임원선거 없이 장종현 총회장 연임과 부총회장 이종승 목사, 제1부총회장 이주훈 목사를 인준했다.
양 교단의 5개 합의안은 ▲교단 명칭은 '대신-백석'으로 하되,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명칭을 대신으로 한다. 단, 잔류인원이 대신 명칭을 사용할 경우에는 제반문제에 대해 대신통추위에서 우선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명칭은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8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백석대 대신신대원으로 한다. ▲통합총회 총회장단을 비롯한 임원은 백석에서 2년 간 맡기로 하고, 총회장은 장종현 목사로 한다. 제1부총회장에 백석(이종승), 제2부총회장 대신(유충국), 제3부총회장 백석(이주훈)으로 하고 차기부터는 대신, 백석, 기타교단으로 교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통합총회 역사는 백석으로 하되, 통합 이후 역사편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하다. ▲통합총회는 2014년 11월 25일 오전 11시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개최한다 등이다.
백석 37회 정기총회 첫째날 총대들은 개회 선언 후 회순을 바꿔 대신과의 통합전권위원회 보고를 먼저 받았다.
유만석 증경총회장은 "대신과의 통합이 벌써 다섯 번이나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사시키자는 열망이 대신 총회에서도 확인됐다. 통합은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한다. 양 교단이 합의한 내용을 총대들이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대신 총회는 약 2천 교회로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경우, 백석 총회 이름은 예장 대신으로 바뀌게 된다. 양 교단 통합이 마무리되면, 백석총회의 통합 후 교세는 총 7천 교회에 달할 전망이다.
신임원도 선임됐는데 총회장에 장종현 목사, 제1 목사부총회장 이종승 목사, 제2목사부총회장 이주훈 목사, 장로 부총회장 김용민 장로, 서기 김진범 목사, 부서기 이창신 목사, 회록서기 김자종 목사, 부회록서기 유용원 목사, 회계 원형득 장로, 부회계에 김종대 장로가 선임됐다.
◆ 예장대신 전광훈 총회장, 백석총회 방문 "통합결의 감사"
백석 제37회 총회 둘째 날인 지난 23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총회장 전광훈 목사가 백석 총회 현장을 방문했다. 전 총회장은 "대신과 백석의 통합이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결의된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에 큰 축복이 올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양 교단의 통합 결의가 기독교 130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 총회장은 "하나님의 뜻과 기독교 역사의 맥락 속에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아주 작은 이해타산으로 협의에 나선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이 일은 하나님의 은혜다"라고 강조했다.
통합 결의 후 "작은 교단들이 함께 통합하고 싶다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힌 전 총회장은 "신학적 노선만 같다면 통합이 안 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백석과 대신은 한 뱃속에서 나온 쌍둥이다. 에브라임과 보나스 같은 쌍둥이"라고 말해 총대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작은 일들이 남아 있지만 이는 전권위원들이 잘 하면 될 것"이라며 "11월 통합총회를 통해 한국 기독교 역사에 하나님의 큰 영광을 선포하는 대 사건이 일어날 줄 믿는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증경대표회장 자격으로 인사를 전한 김요셉 목사(대신 증경총회장)는 백석 총대들의 만장일치 통합 결의에 대해 "모두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고 추켜세웠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여러분의 마음에 깃들어 통합 결의를 쉽게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자신을 내려놓고 비우는 백석이야말로 가장 큰 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의 영혼을 살리기 위해 예수님은 죽으셨다. 자기를 포기하고 희생할 때 더 많은 복을 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볼 수 있었다"며 "여러분의 자기 포기를 하나님은 기뻐하실 것이다. 이것이 십자가 정신이다. 한국 교회가 하나되는 주춧돌을 놓아가는, 연합의 주축이 되는 백석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대신 전현직 총회장의 인사에 감사를 전한 백석 장종현 총회장은 "그 누구보다도 총회장이라는 명예를 기꺼이 내려놓으며, 통합을 추진하고 결단하신 전광훈 목사님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하면서 두 손을 맞잡고 총대들 앞에 인사를 나눈 후 포옹하며 형제의 우정을 드러냈다.
◆ 선거법-목회자 윤리 및 책임 대폭 강화
백석총회는 불법 과열선거 근절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목회자 윤리와 책임도 강화됐다.
총회 회무 마지막 날인 24일 총대들은 '총회 선거업무 규정 중 일부 개정 헌의안'을 통과시키고 입후보자 선거운동 기간을 15일 이내로 제한했다. 입후보자는 총회 한 달 전인 8월 임시노회에서 추천하고 8월 20일까지 등록하도록 했다. 이는 봄노회에서 후보추천을 받아 최대 6개월 이상 선거운동에 힘을 쏟아야 하는 후보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고질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근절하는 앞선 조치로 풀이된다.
선거법도 대폭 강화돼, 후보자는 노회나 교회, 상비부 방문을 일체 금지하고 식사대접을 할 수 없다.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 기도하며 성직자답게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며, 선거운동도 운동원 없이, 후보자 당사자만 하도록 했다. 문자메시지 발송도 금지됐으며, 총회 선거 당일에 성도들을 동원할 수도 없다.
후보자가 선거법을 위반할 경우 후보자와 총회원은 영구적으로 총대 자격을 금지하고, 총회와 노회의 어떠한 공직도 맡을 수 없도록 했다. 총대 혹은 비총대라도 입후보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거나 요구할 경우에도 총대 자격이 영구적으로 박탈된다.
선거법의 선진적 개정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 '추천제'는 무산됐다. 임원회는 사무총장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회에서 인준하는 안을 상정했지만 총대들은 후보와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를 표했다.
장종현 총회장은 "매번 사무총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띤다. 이는 너무 소모적"이라며 "이 개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우리 총회는 희망이 없다. 앞서나가는 총회를 만들자"고 간곡히 호소했지만 반대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총회 산하 교회와 목회자들의 책임도 강화됐다.
매년 3월 지키는 총회주일에는 세례교인 1인당 1만 원의 헌금을 의무화하며, 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총회 각종 서류 발급과 총대권에 제약을 두기로 했다. 이는 지역교회가 총회주일을 지키면서도 헌금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한 강제 규정으로, 총회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결의됐다.
'섬기는 총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총회 임원과 상비부원들은 회의비와 심의비를 받지 않는다. 백석총회는 총회관 건립이 완성될 때까지는 총회 임원의 회의비와 상비부 심의비 지출을 중지해 총회 운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회의비와 심의비 지급 중지는 총회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지만, 총회 임원과 상비부 임원,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길 원하는 회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순기능도 예상된다. 정치에 의해 순환되던 총회 내 요직에 대한 참여폭을 넓히고, 자비량 봉사와 자발적 희생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교단 산하 대형교회와 임원이나 위원 등의 헌신은 강조한 반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처한 신학생과 목사후보생들의 무거운 짐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총대들은 임원회가 헌의한 고시비와 연수비 조정의 건을 허락했다. 앞으로 총회에서 시행되는 교육과 고시에 있어 그 비용을 최소한의 실비만 받기로 했다.
교단 산하 직영신학교의 운영 기준도 강화된다. 백석총회는 노회 산하 직영신학교들을 관리하는 '신학위원회' 업무규정을 제정하고 연2회 정기적인 심사로 신학교의 건강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앞으로 백석 노회 산하 직영신학교들은 신학교 소유의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재산은 반드시 유지재단에 편입시켜야 한다. 강의실 규모는 학원법에 준하도록 하고, 도서관에는 학생 1인당 장서 100권 이상 비치해야 한다.
학제는 학부 4년, 신대원 목회학 석사는 3년으로 하되, 노회직영 신학교가 강도사 고시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신학대학원대학교 인가를 받아 정규 M.Div. 과정을 개설해 3년 과정을 이수시켜야 한다. 신학위원회는 운영지침을 마련하면서 유예기간을 오는 2017년 8월 말로 명시했다.
장 총회장은 "10월 말 신학교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신학위원회 업무규정에 따른 세부사항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 총대권은 기각됐다. 규칙국은 "우리 교단은 2011년 여성안수를 시행해서 여 목사들이 노회 임원의 자격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단 통합으로 합류한 개혁 측 여 목사와 형평이 맞지 않아 당장 시행이 어렵다"고 설명해 총대들의 동의를 얻었다.
목회자 권징 조항도 강화됐는데 '성범죄자, 동성연애자, 이혼자' 제명 규정을 삽입했다. 전도사 고시 합격 후에도 이혼이나 성추행, 성폭력 등 범죄사실이 발견될 경우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동성애자도 목사가 될 수 없다. 백석은 권징조항 강화로 동성애 반대 의지를 재천명했다.
총회 40주년 기념사업회를 조직하고 이단대책위원회와 이슬람대책위원회를 통합시키는 등 업무의 효율성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