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복수노조 허용 후 지난 13일 서울 남부고용노동청에 삼성 초기업단위 노조로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며 노동계 안팎으로 관심을 끌었던 '삼성노조'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14일에 이어 18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삼성노조' 조장희 부위원장에 대해 징계 해직 의결하고 본인에게 통보했다고 밝힌 것.
조 부위원장은 이달 1일부터 복수노조제가 시행됨에 따라 삼성에버랜드의 다른 직원 3명과 함께 삼성 첫 초기업단위 노조를 구성한 인물로, 이번 결정에 반발해 재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는 "조 부위원장이 2009년 6월부터 최근까지 2년여 동안 협력업체와의 상세한 거래 내역이 담긴 경영 기밀을 무단 유출하고 임직원 4천300여명에 대한 개인 신상정보를 외부로 빼내는 등 심각한 해사 행위를 해 엄중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무단 유출한 경영 기밀은 협력업체와의 매출·매입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 자료가 경쟁업체에 넘어가면 협력업체와의 거래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등으로 인해 경영에 중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경영 기밀이나 개인 정보 무단 유출과 별도로 부친 차량과 똑같은 번호판을 위조해 부착한 뒤 '대포차량'을 불법으로 운행하다 사무실에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연행되는 등 회사와 임직원 명예를 훼손한 점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삼성에버랜드는 이 노조 김영태 회계감사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을 감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조는 18일 오후 신고증도 교부 받았지만, 부위원장 해고 건으로 노조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기에 노조와 노동계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노조는 기업별 또는 산업별 노조가 아닌 삼성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초기업단위 노조를 표방하는 만큼 설립 필증을 받으면 삼성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으고 비정규직도 가입시킬 방침이었기에 삼성에 노조의 깃발을 꼽으려고 했던 노동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삼성은 78개 계열사 가운데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정밀화학, 삼성중공업, 삼성메디슨, 호텔신라, 에스원 등 8곳에 이미 노조가 있고 최근 삼성에버랜드에도 노조가 생겼다. 이들 노조는 대부분 계열사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기존 노조가 유지되고 있거나 노조원이 2명에서 30여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삼성생명(옛 동방생명)과 삼성증권(옛 국제증권)은 민주노총에, 삼성정밀화학(옛 한국비료)은 한국노총에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