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손에 넣었다. 이로써 흩어진 계열사를 보으는 통합사옥을 건설하고 아울러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독일의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 본격 이뤄지게 됐다.
18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10조5500억원 입찰가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3개 회사는 일정 비율로 땅값을 분담해 비용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입찰 기업인 삼성전자는 낙찰에서 탈락했다.
입찰에는 13곳이 참여했다. 유효입찰 2곳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컨소시엄과 삼성전자이다. 무효입찰은 11곳이다. 무효입찰된 곳은 부당 업체이거나 예정가격에 미달된 가격을 제시한 업체라고 한국전력은 설명했다. 예정가격은 감정가격과 동일한 3조3346억2203만9816원이다.
현대차는 이번 부지 확보로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부지를 통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인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실현하겠다는 것. 현대차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완공되면 해외행사 유치 등을 통해 2020년 기준 연간 10만명 이상의 해외 인사를 국내로 초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연간 1조3천억원을 웃도는 자금 유입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추정이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지만 양재 사옥이 좁아 서울 각지에 계열사와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업무 활동에 애를 먹어왔다. 이 때문에 일사분란하고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 계열사를 한 곳에 거느릴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한전 부지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로 이전하면 서초구 양재동 사옥은 연구단지 등을 조성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가 지금의 양재동 사옥을 사들인 것은 2000년 11월이다. 원래는 주인은 농협중앙회였지만, 구조조정 차원에서 공매에 부쳐 현대차그룹에 넘겼다. 당시 계동사옥에 있던 현대차그룹은 이른바 '왕자의 난' 이후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본사 이전을 추진했던 터였다. 양재동 사옥은 당초 서관 한 건물만 있었으나 회사가 커지면서 2006년 동관을 새로 지어 현재의 쌍둥이 빌딩의 모습을 갖췄으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나란히 입주해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사옥을 연구센터로 조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6년 뚝섬부지로 사옥 이전을 추진했을 때 양재동 사옥은 연구소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적 있다"면서 "그러나 2009년 경기도에 의왕종합연구소'를 설립한 상태여서 양재동 사옥의 활용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부터 뚝섬에 110층짜리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청사진을 접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