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복음주의 교인들로 구성된 단체가 창립되어 보수 교인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결혼 평등을 위한 복음주의자들(Evangelicals for Marriage Equality)'이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최근 타임지 기고를 통해서 창립을 발표했다.
미국 보수 교단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의 공공정책연구원인 앤드류 워커 목사는 EME에 반대한다며, 이 단체 구성원들과 언제든지 토론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나는 이 젊은 복음주의 교인들이 성경이 가르치고 인간의 역사가 증명하는 결혼에 대한 주장이 틀렸다고,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회와 이 사회가 동성결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로 나를 설득해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워커 목사는 말했다.
EME는 대변인인 브랜든 로버츠가 작성한 기고에서 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복음주의 단체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기고에 대한 워커 목사의 응답인 '전통결혼에 대한 복음주의의 옹호(An Evangelical Defense of Traditional Marriage)'는 바로 다음날 타임지의 기고면에 게재됐다.
워커 목사는 이 기고에서 "(EME의 기고는)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있으며 사회불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기독교를 비겁한 집단으로 캐리커처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의 글에는 주장의 실체가 없다. 800자가 되는 글 속에는 정작 미국인들의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결혼의 본질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기독교의 결혼관에 대한 것일뿐 아니라 사회를 위한 결혼의 정의에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하고,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결혼에 대한 지지는 차별이나 편협함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이러한 관계가 다른 관계에 비해 보았을 때 인간 역사 속에서 뚜렷이 구분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다"고 말했다.
EME는 기고를 통해서 "복음주의 교인들의 동성결혼에 대한 시각에는 세대별 차이가 있다"며, "이전 세대의 복음주의 교인들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반면, 밀레니얼 세대의 복음주의 교인들은 점점 더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EME는 공공종교연구소(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27%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이러한 지지율이 더 높아서 18세에서 33세의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의 43%가 동성결혼의 지지자들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EME는 이와 같이 변화하는 복음주의 교인들의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자신 역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워커 목사는 그러나 "기독교의 결혼에 대한 가르침은 교회의 핵심적인 신학에 속한다"며, "이는 분파적인 성격을 띠고 집단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는 남자와 여자의 창조의 목적을 드러내보여 주는 것으로 사회 속에서 교회의 가르침이 적용된 한 예"라고 설명하며, "결혼은 다른 두 성을 연합되게 하는 공공의 목적을 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EME뿐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서 높아지는 동성결혼 지지 비율을 근거로 이들 청년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동성결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보수 교계는 이와 같은 식의 진리의 타협이 과연 교회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반문하고 있다.
남침례교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장인 러셀 무어 목사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여러 주류 개신교회들이 이러한 시도를 했지만 교세 증가라는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진리를 저버리면서는 교회를 구원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밀레니얼 세대이자 복음주의 지도자인 에릭 팃셀(Eric Teetsel) 목사 역시 "동성애를 포용한 교회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 교회들이 더 많은 청년들을 전도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두 지도자는 "설사 교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서 더 많은 청년들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밀레니얼 세대와 예수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예수님을 선택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