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쌍벌제'가 시행됐지만 리베이트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더욱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태평양제약으로부터 수년간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된 병원은 대형 대학병원 등 전국 120곳. 회식 대납과 야구용품 제공 등 직·간접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된 의사는 281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된 의사는 10명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 기준을 1인당 300만원으로 정해놓다 보니 웬만큼 받지 않고서는 법적 행정적 처분을 피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약사법상 제약사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제품설명회를 개최할 경우 의사 한 명에게 10만원까지의 식·음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악용됐다.

제약사는 서류상 의약품 제품설명회를 개최하고 의사 한 명당 10만원의 식·음료를 제공한 것으로 계산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했다. 식당 등에서 음식값을 부풀려 계산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전형적인 리베이트 수법도 동원됐다.

이렇게 마련된 리베이트 자금은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기준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대형병원의 의국 회식 비용을 대신 내주거나 개인용품 등을 제공하는 데 사용됐다.

형사 처벌을 피해간 의사 2800명 중 대다수는 이러한 방식으로 수회에 걸쳐 100만원 안팎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50만~3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받아 교묘히 법망을 피해간 의사도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쌍벌제가 의사와 제약사에 대한 처벌 조항만 있다 보니 병원에 대한 법적 행정적 처분이 전혀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태평양제약으로부터 가장 많은 리베이트를 받은 인천의 A병원은 모두 82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다음은 제주도 B병원 5300여만원, 서울 C병원 3800여만원 순이었다. 전국 각 시·도를 대표하는 대형병원들도 각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각 대형병원들이 제약사 한 곳으로부터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리베이트 관행이 진화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각 병원당 수억원의 리베이트가 제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00만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의 경우에도 대부분 벌금 몇백만원만 내면 되다 보니 리베이트가 제약회사 영업활동의 일부라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소속된 병원을 영업정지하는 등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 리베이트를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쌍벌제 시행 이후 수차례에 걸쳐 처벌 기준을 강화한 만큼 무조건 처벌이 경미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처분 기준을 이전에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추고 자격정지 기간도 의료법 위반 관련 처벌 중 가장 긴 12개월로 하고 있다"며 "쌍벌제 시행 이후 처벌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 라는 게 의사 개인이 받아서 챙기는 것인데 소속 의료기관에까지 행정처분을 하는 게 맞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병원 회식비 대납 등의 리베이트에 대해 병원까지 행정처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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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