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KB금융이 임영록 회장에 대한 구명전에 총력을 벌이고 있다. 이는 임 회장이 금융감독원이 자신에 대한 중징계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것에 대해 "범죄자의 누명을 벗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일 금융위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에서 건의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중징계'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원래 금융위원회 전체회의는 17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제윤 위원장이 "KB금융의 경영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전체회의를 개최하라"고 지시하면서 일정이 앞당겨졌다. 금감원은 지난 4일 '주전산기 교체 문제 등에 있어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판단 아래 임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치를 내릴 것을 금융위에 건의한 바 있다.
때문에 임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자신의 구명을 위해 징계 사유를 일일이 반박하며 소명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지난 5일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한편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구명활동을 벌이는 등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각계 각층의 인사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권자인 금융위원들에게는 서면으로 소명을 진행했다. KB금융은 추석 연후 첫날인 지난 6일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내부 분란 조장으로 오해받을 것을 우려해 극도로 자제한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고 KB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특히 중징계 원인으로 작용한 주전산기 교체에 대해 "아직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업체 선정과 가격 결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근거로 중징계를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국내에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뺀 신한·하나·농협 등 대부분은 해당 시스템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임 회장은 전산학과 교수 등을 대동하고 이와 동일한 내용의 설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KB금융이 현재 굉장히 흔들리고 있어 우선 조직 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추구하고 진실을 소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금융위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결정이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감독당국의 수장인 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징계 수위를 발표한 것 등을 감안할 때 이 결정을 뒤집을 경우 혼란이 오히려 확대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임 회장 징계 수위 결정을 3개월 가까이 끌어온 만큼 마지막에 내려진 결정(중징계)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결과에 따라 임 회장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