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서울 지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이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 미달로 지정취소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평가 결과 기준점수 미달 학교 8곳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자사고 폐지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시교육청은 4일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 올해 평가 대상인 자사고 14곳 중 기준점수 미달인 8곳에 대해 청문 및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다음달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교육과정과 학사운영에 자율성을 두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됐다. 이들 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시·도 교육감으로부터 5년 단위로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앞서 시교육청은 문용린 전 교육감 재임 당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진행했지만,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1차 평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시 종합평가를 실시했다.
기준점수 미달 학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이다. 이들 학교는 100점 만점에 기준점수 70점을 넘지 못했다. 평가 대상학교 중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하나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등 6곳은 기준점수를 통과했다.
특히 배제고는 서울 자사고 연합회장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이고 중앙고는 조희연 교육감의 모교라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이들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가 미지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교육감은 5년마다 자사고 평가를 통해 지정을 취소할 수 있지만 교육부 장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자사고 재평가 자체가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남용을 이유로 협의를 반려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가지고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재지정이 취소된다고 해서 학교 생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평적 다양성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자사고로서의 특별한 실험을 마치고 이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다른 학교들과 서울 교육을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결과에 자신의 모교도 지정취소 대상에 포함된 것을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사학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평가지표를 통해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모교에 대해 메스를 대는 아픈 마음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