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일본 제국주의가 가난한 식민지에서 온 한 여인의 삶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그 실체를 가감없이 담은 책이 출간됐다.
'빨간 기와집'은 일본 소설가 가와다 후미코(川田文子)가 일본군 위안부였던 배봉기(1914~1991) 할머니로부터 들은 증언을 토대로 한 기록을 책으로 낸 것이다. 책 제목인 '빨간 기와집'은 위안소를 상징한다.
'빨간 기와집'에는 과장 없이, 꾸밈도 없이 배봉기 할머니의 고지식할 정도로 솔직한 증언이 담겨있다. 군 위안소와 관련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차곡차곡 담았다.
책의 주인공 배 할머니는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남의 집살이를 전전하던 어린 시절을 살다 '일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데' '나무 밑에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저절로 바나나가 떨어지는 데'가 있다는 말에 속아 자신도 모르는 새 위안부의 길로 들어섰다.
1944년 가을 도카시키 섬으로 끌려가 빨간 기와집'이던 위안소에서 성 노예가 됐으며 패전 후 미국이 점령한 오키나와에서 살다 1972년 오키나와 반환 후 불법체류자로 분류되 강제퇴거 명령을 받게 된다.
결국 배 할머니는 3년의 유예기간 안에 신청하면 특별 체류허가를 내주는 일본 당국의 방침에 따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게 되고 담당관의 취조를 받으면서 위안부로서의 삶이 드러난다. 당국은 특별 체류 허가를 받는 대가로 배 할머니를 '전 위안부'의 증언자로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이 책이 써지기 까지 배 할머니의 70여시간 분량의 발언이 녹취됐으며 군 위안소와 관련된 사람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겼다.
그러면서 책은 말한다. 단순히 일본으로 끌려간 한국인 위안부의 이야기 뿐 아니라 국적을 넘어 힘없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전쟁의 상처에 주목해야 한다고.
배 할머니는 1991년에 일본 땅에서 결국 눈을 감았고, 이 책은 87년에 처음 나온 후 94년에 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