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영국성공회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의 박해를 받고 있는 기독교인들의 영국 망명을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7일(현지시간) 존 센타무(John Sentamu) 요크 대주교가 데이빗 캐머런 총리에게 "이라크 소수종교인들의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하며, "그저 말로 비판만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센타무 대주교는 3주 전 이미 캐머런 총리에게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소수종교인들의 망명을 받아들일 것을 당부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아직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센타무 대주교는 "이 서한에서 나는 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망명을 받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고통 받는 이들을 도울 인도주의적인 행동 역시 필요하다고 전했다"며, "실질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총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그와 각료들이 정의롭고 신속하게 이 문제에 대해 행동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이라크 기독교인들의 망명을 허가하면서, "프랑스는 IS의 폭력적인 행태에 분노하며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에게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센타무 대주교는 프랑스는 물론, 독일, 호주 등지에서 이미 박해를 피해야 하는 이라크 기독교인들에게 망명을 허용했다며, "영국 역시 이 흐름을 따라야 한다"고도 말했다.
영국성공회는 IS의 소수종교 박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수 차례 발표해 왔으며, 정부가 이라크 기독교인들의 망명을 받아들여 달라는 요청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해 왔다.
캐머런 총리는 앞서 IS의 행위를 "야만적이고 잔인무도하다"며 강력하게 비판하며, "영국은 이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가 IS의 공격을 뿌리 뽑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이들은 더욱 세력을 확장하게 될 것이고 결국 영국의 거리까지 테러 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다"고도 말했다. 영국은 이라크와 쿠르드 자치 정부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나 군 파견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정부는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IS가 벌이는 지하드에 가담하려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를 통제하는 데 고충을 겪고 있다. 영국 청년들 중 IS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전쟁에 가담하고 있는 이들의 수는 800명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최근 IS가 공개한 미국인 기자 참수 동영상 속에 나온 조직원 역시 영국 말투를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영국 정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영국 국적 조직원들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