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Boko Haram)이 기독교 도시를 점거하고 '이슬람 칼리프 국가(Islamic Caliphate)'를 선포했다. 보코하람은 이달 초 기독교 인구가 대다수인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소도시 그워자(Gwoza)를 장악한 뒤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주민들을 살해해 왔다.
AFP통신이 입수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보코하람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Abubakar Shekau)는 "우리 형제들에게 그워자에서 승리를 주시고 이 도시를 칼리프 국가의 일부로 만들 수 있게 해 주신 알라신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셰카우는 또 "그워자 지역은 지금부터는 나이지리아와는 무관하다"며, "알라신의 은총으로 우리는 그워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들이 선포한 칼리프 국가는 알라의 사도인 전 이슬람 세계의 주권자를 의미하는 칼리프가 통치하는 신정일치 제국으로, 앞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산 중인 이슬람국가(IS) 역시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을 점령한 뒤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바 있다. 이 영상에서 셰카우는 자신을 칼리프로 칭한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텔레그래프는 보코하람이 선포한 칼리프 국가가 IS에 속한 것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셰카우가 그워자를 완전히 점령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나이지리아의 주권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혔다. 크리스 올뤼콜라드 국방부 대변인은 "나이지리아군은 그워자를 탈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 나라 영토의 어느 부분이라도 국가의 주권을 부정하는 이들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보코하람은 주로 테러 공격을 위주로 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주요 활동 지역들에서 소도시들을 점거해나가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꾸고 있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에 따르면, 보코하람은 이미 그워자를 포함한 북부 보르노 주와 인근의 요베 주 내에서 상당한 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코하람은 반서구·반기독교를 표방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나이지리아에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통치되는 국가를 수립하겠다는 목표 하에 움직여 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보코하람의 행보에 대해서 "자신들의 목표 달성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가 국제 테러단체 지목하기도 한 보코하람은 2014년 상반기 동안에만 무려 95회의 테러 공격을 자행해 민간인 2,053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최근 들어서는 테러 활동의 범위를 나이지리아 밖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카메룬, 니제르, 차드 3국이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하람을 소탕하는 데 협력하기로 결의한 이후 이들 나라들에서 보코하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 공격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추세다.
보코하람은 이외에도 기독교인들을 납치해서 살해하거나 노예로 파는 등의 반인도적 범죄를 벌여 왔으며, 지난 5월에는 보르노 주 치복 시에서 여학생 300여 명을 납치해 국제사회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여학생들 대부분은 기독교인으로 알려졌으며, 탈출하지 못한 200여 명은 아직 부모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근 보코하람은 물론 IS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에 의해 기독교인들이 고립되고 집단학살의 위협에 놓이게 되는 일이 거듭해서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지원하는 국제단체 인터내셔널크리스천컨선(ICC)은 "너무나 많은 교인들이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손아귀에서 순교하고 강제이주를 당하고 공포에 떨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