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창업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날로 청년 창업을 독려하지만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25일 중소기업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가 다각적인 지원책을 통해 청년 창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30대 미만의 창업은 소폭 감소하는 데 반해 50대 이상의 창업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법인 설립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창업은 자본금 1억원 미만의 소규모 법인과 음식점업, 숙박업 등 일부 서비스업종에 쏠려 있다.
이런 업종의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창업은 과잉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창업이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과잉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 가계 부문의 궁핍화 → 가계 소비 위축 → 경기부진'의 악순환을 만들어낼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신설법인 수는 4만1485개로 전년 동기보다 3572개(9.4%) 증가했다. 신설 법인의 급증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상반기 중 50대의 법인 설립은 1만593개로 전년 동기(9390개)보다 12.8% 늘어났고, 60대 이상의 법인 설립도 323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2858개)보다 13.3% 증가했다.
반면 30대의 창업은 5.2% 증가하는 데 그쳤고 30세 미만에서는 오히려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이 기대 이하의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신설 법인 창업자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상반기 32.3%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33.4%로 확대됐지만 40세 미만의 비중은 28.5%에서 27.1%로 축소됐다.
창업 수요는 숙박·음식·임대업 등에 많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종의 수익성이 더욱 떨어지며 레드오션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신설 법인은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4.5%, 부동산 및 임대업에서 28.1% 증가했다. 자본금 규모는 50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창업의 비중이 72.3%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영세 사업자들의 사업 수익성은 과잉 경쟁 여파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퇴 후 노후 소득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50대와 60대의 창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고 있지만 청년층에서는 체감 경기가 좋지 않아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50대와 60대가 적은 돈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돼 있고 이런 업종들은 이미 지금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창업을 많이 하지만 도산이나 폐업의 위험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임 위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