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에서 흑인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무장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마이클 브라운(18세)이 총에 맞아 숨진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는 주 당국의 야간통행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시위가 밤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서도 이 같은 시위에 동참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기독교계 역시 이번 사건 이후 브라운을 위한 추모 기도회와 인종차별과 공권력 과잉에 대한 정의를 촉구하는 집회 등을 열면서 미국인들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찾고 있다.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서 브라운을 위한 추모 기도회를 조직한 청년 사역자 케니 윌리 목사는, "브라운의 죽음은 미국 사회에서 흑인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체계적인 불평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불평등의 시스템은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일은 우리가 사는 도시뿐 아니라 이 나라 전체, 그리고 이 세상 전체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윌리 목사는 "우리는 이와 같은 불평등에 맞서고,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추모하고자 한다"며 100여 명이 참석한 추모 기도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기도회에서는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흑인들의 이름들이 호명되기도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에서 200명 규모의 추모 기도회를 인도한 제시 잭슨 목사는 "오늘과 같은 투쟁은 이 나라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브라운의 죽음이 우리 모두를 일깨웠고, 그는 우리에게 큰 공헌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브라운의 죽음은 "공무원 배지를 단 사람들의 손으로 자행된 살해"라며, "이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경고 알람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사회 내에서 인종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하며 교회가 이 문제에 특별히 응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도자들도 있다. 애틀랜타 리노베이션처치(Renovation Church)를 목회하고 있는 리온스 크럼프 목사는 조지아 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퍼거슨 시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일들에 맞서 기독교 공동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크럼프 목사는 "기독교 공동체의 역할은 사회의 불의를 보고 이를 복음에 비추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말씀과 보이신 모든 행동은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이 땅에서 우리의 현실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며, "그 현실은 10대 청소년이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서 죽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무엇을 했느냐와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애틀 퀘스트처치(Quest Church)의 유진 조 목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사건은 단지 인종 문제가 아니라 복음에 관련된 문제이고, 하나님의 나라에 관련된 문제"라며, 교회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복음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 대해서 알려주시고 계신다"며, "우리가 복음을 믿는 한 인종 문제 역시 교회가 다루어야 할 주제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교인들이 브라운의 죽음에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흑인들이 당하고 있는 불의를 해결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가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교회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러한 갈등의 해결에 "희망"이 되는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