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북한이 우리측에 대북정책 전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8.15경축사를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한미연합훈련 선제타격 등을 경고하고 있다.
북한은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방북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우리측 일행에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명의의 화한과 조전을 전달했다. 박지원 의원 측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대남비서는 우리측 일행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8·15경축사와 한미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언급하며 "군사 훈련도 왜 하필이면 남북 고위급 2차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고 하는가. 미국과 한국만 이런 것을 추진하면서 우리가 하는 실탄 연습에 대해 떠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김 대남 비서는 우리 정부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전제 조건 없는 실천을 결단하라는 것"이라며 "핵 폐기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민감한 반응이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김 대남 비서는 그러나 5·24대북제재 해제 조치와 금강산관광 재개, 아시안게임 참가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매체들도 일제이 이날 김 비서와 비슷한 맥락의 보도를 잇달아 냈다. 이날 발행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결의 빗장을 그대로 두고 협력의 문을 열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비판하며 5·24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신문은 이어 남북 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로 5·24조치를 언급하며 이 조치를 그대로 두고 '환경, 민생, 문화의 통로'를 열자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UFG연습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에 추종하는 남한 정부의 북침전쟁연습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어 한·미 양국이 '맞춤형 억제'라는 명분을 내걸고 이 훈련을 통해 자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노리고 있다며 맞대응 방침도 시사했다.
북한은 한미 양국이 먼저 선전을 포고해온 만큼 가장 강력한 선제 타격을 실시할 것이라며 "우리가 때리면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은 구실없이 얻어맞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남북이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행동으로 옮겨서 서로의 장단점을 융합해 나가는 시작을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추석을 전후로 한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평화공원 공동조성을 제시했다. 비록 큰 진전으로 보이지 않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낮은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조치들을 통해 민족 동질성 회복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보다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