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집트의 고위 이슬람 성직자가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집트에서 가장 높은 종교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무프티 샤우키 알람은 이집트 국영 MENA 통신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IS가 "이슬람과 무슬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람은 "IS처럼 극단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은 이슬람과 무슬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이런 집단은 우리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가는 곳마다 희생자를 낳고 부정부패를 퍼뜨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IS는 이슬람을 무너뜨리기 원하는 이들이 '테러리즘과 싸운다'는 명목 아래 우리의 문제에 간섭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보도하면서 알람이 이슬람권에서 가진 영향력으로 볼 때 이번 발언은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알람의 발언은 이슬람권에서도 최고 권위를 가진 이집트 알아자르(Al-Azhar) 모스크 전체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세계 전역의 무슬림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IS는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점거한 이래로 북서부 지역 내 도시들을 차례대로 장악해나가고 있는 것은 물론 주요 발전소와 댐까지 손에 넣으면서 세를 확산해가고 있다. 이들은 점령한 도시들에서 무슬림이 아닌 소수종교인들, 특히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박해를 가하고 있다.
IS가 장악한 지역들에서 소수종교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천 년 가까이 기독교인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 온 모술에서는 IS가 도시를 점거한 이래로 기독교 인구의 95% 이상이 박해를 피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IS는 소수종교인들에게 인두세를 부과하고 개종을 강요하면서 이에 불응하는 이들에게 폭력과 살해를 저지르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참수하는 극도로 반인도적인 잔혹 행위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사회와 세계교회는 IS의 이 같은 극단주의적인 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소수종교인 보호를 위해 공습을 승인한 것은 물론,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IS의 기독교인 박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복음연맹(WEA)은 IS를 규탄하는 공식 성명을 내놓았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최근 이라크에 교황청 대사를 파견해 소수종교인들의 보호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IS는 2013년 창립되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가장 위협적인 지하디스트 단체 중 하나로 급격히 세력을 확대해 왔으며, 매우 극단적인 반서구·반기독교 성향을 보이고 있다. IS는 모술을 점거하기 전에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비무슬림들과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로 악명을 떨쳐 왔다.
IS의 극단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은 온건 무슬림들에게서도 외면을 받고 있다. 이집트 고위 이슬람 성직자가 나서서 IS를 규탄하기에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무슬림 인구가 많은 대표적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IS를 지지하거나 이들의 조직에 가담하는 데 대한 정부 금지령이 내려졌다.
조코 수얀토 인도네시아 정치법안보조정장관은 "IS는 우리나라의 종교적이고 문화적인 다양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IS에 찬동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들의 정신과 가르침은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정체성에 위배된다는 것을 확실히 밝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