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쿠바에서 지난 1959년 공산주의 혁명 이래로 55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 신축이 허가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쿠바 정부가 제2의 도시인 산티아고 드 쿠바에 가톨릭 교회를 지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파괴된 채로 남아 있었던 이 교회는 이 때까지 길에서 미사를 드려 오다 약 2년여 만에 건물을 다시 지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례적인 교회 신축 허가는 쿠바에서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예일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 오픈도어즈에 따르면 쿠바는 인구의 85%가 가톨릭 교인이지만 공산주의 정부의 제재로 인해서 자유로운 신앙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현지 교인들은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교회의 성장은 쿠바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에서 물러난 이래로 개혁 추진과 함께 사회 내에서 교회의 영향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쿠바 가톨릭 교회의 하바나 교구 지도자인 마르케즈 히달고를 비롯한 쿠바 지역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주최로 열린 '오늘날 쿠바에서의 가톨릭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가톨릭 교회는 최근 20여년 동안 쿠바 사회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해 왔으며 정부와의 대화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교회를 여전히 탄압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교회 신축 허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부를 둔 쿠바인권재단(Human Rights in Cuba)의 페드로 로드리게즈 사무총장은 "이러한 움직임은 라울 카스트로를 진정한 개혁가로 보여지게 하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쿠바 정부는 자신들이 과거의 독재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주기를 원하고 있다"며, 교회 신축 허가 역시 이러한 정책의 일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드리게즈 사무총장은 이는 쿠바에서는 여전히 인권 탄압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인권 운동가들의 입을 막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지 가톨릭 교회가 이러한 문제들에 맞서 싸우지 않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며 "불행하게도 쿠바 가톨릭 교회는 정부의 거의 대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가톨릭 교회는 그러나 정부의 교회 신축 허가를 환영하며, 이를 긍정적인 변화로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산티아고 드 쿠바 교구의 디오니시오 가르시아 이바네즈 대주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결정은 가톨릭 교회는 물론 기독교 교회 전체에 대해 변화된 정부의 태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정부가 교회가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바네즈 대주교는 "앞으로 이 교회뿐 아니라 더 많은 교회들이 쿠바에 세워지기를 희망한다"고도 전했다.
한편, 교회 신축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미국 플로리다 탐파의 로렌스 교구가 지원한다. 교구 내 다수의 교인들이 쿠바 출신 망명자들이거나 그 2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