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착취하며, 총체적 파탄 상태에 놓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이주·인권위원회(위원회) 대표들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 존엄성과 인권을 외면하는 고용허가제는 묵과할 수 없다"며 이주 노동자들을 차별·착취하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며 이같이 외쳤다.
올해로 제정 10년을 맞은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적정규모의 외국인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그간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연수생을 근로자로 편법 활용하거나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의 주요 내용을 보면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제15조에는 직업의 자유로 직업선택, 직업종사, 직업변경 및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고용허가제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허가제에 담긴 차별조항 때문에 이 법의 시행 이후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는 이처럼 논란이 되어 온 고용허가제에 대해 " 국제사회에서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지타을 받던 산업기술연수생제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으며 사라진 후, 그 뒤을 이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외국인 인력제도'로 시행되고 있다"며 오는 17일 시행 10년을 맞는 고용허가제의 실상은 암울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2009년부터 고용허가제 하의 노동자들은 4년 10개월의 체류 기간 동안 단 한번의 자발적인 근무처 변경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들은 보이지 않는 족쇄에 묶인 채 원치 않는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용허가제는)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을 데려와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강제로 하게 하는 비인간적인 제도이자, 이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잔인하고 국제사회에 망신스러운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을 '일하는 기계'로 전락시켜 노예적 노동을 강요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보며 우리 4대 종단 이주·인권 위원회 대표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 "OECD 가입 국가이자 UN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된 대한민국이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제노동을 합법화하고 있는 현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미 2012년 8월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주노동자들이 근무처 변경 과정에서 노동자의 모든 권리를 보장받도록 관련법규를 개정하라'는 권고까지 하였으나, 정부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비윤리적 태도를 비난했다.
또한 "지난 7월 29일부터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퇴직금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 후 14일 이내'에 받지 못하고, 출국만기보험금(소위 퇴직금)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받게 됐다"며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 미지급이나 금액 오류시 문제제기를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이러한 제도는 정당성은 물론 실효성마저 기대할 수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외국인 체류에 대한 법무행정을 위해 노동자의 재산권을 빼앗겠다는 발상이야말로 현 정부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천박한 수준인지 보여줄 뿐"이라고 정부의 인권수준을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고용허가제는 한국노동자와 다르게 차별하는 불평등한 제도"라며 "다양하고 교묘하게 법을 악용,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한국 국민이 똑같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차별받는다면 어떨까"라고 질문하며 "이 제도의 개선은 우리 사회 노동문제를 견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하루빨리 국회를 통해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 위원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체류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근무지를 옮길 수 없는데다,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 받지 못하고 '출국 후 14일 이내'에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4대 종단 모두가 함께 연대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