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4일 한국을 방문하는 교황 프란체스코를 대한민국은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KBS는 124시간 생방송으로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방영하려 한다. 그 어떤 국가원수에게도 해당되지 않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하겠다. 왜 한국은 그토록 그를 기뻐하는 것일까? 한국 가톨릭교회의 철저한 준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참으로 귀한 삶을 사는 분이다. 그는 가장 화려한 자리에 있으나, 아픈 자, 약한 자, 소외된 자, 장애인, 가난한 자의 친구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더없이 소중하다. 한국 방문 때 소형차 소울을 탈 것이며, 숙식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경내에서만 할 것으로 알려진다. 화려한 곳을 찾기 보다는 그늘지고 소외된 곳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소박한 삶으로 그는 벌써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한국교회가 본받아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한국교회의 그 교황을 향한 입장은 복잡하고 다르다. 좋은 점을 칭찬해 주면 좋으련만,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루터와의 안 좋은 사이가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루터의 후예들로 해결되지 않은 가톨릭교회와의 불편한 역사적 관계를 눈감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 때 왜 중세교회는 나눠져야 했느냐는 물음을 던질 때 한국교회는 심각해진다. 사실 여러 해 전 가톨릭교회와 감리교회는 이신칭의 교리를 중심으로 교회일치를 위해 한 자리에 앉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독일교회 역시 종교개혁의 역사적 나누임을 기억하지 않은 채 가톨릭교회와 하나 됨을 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오직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루터의 입장에 로마교회는 믿음과 인간의 선행을 함께 내세웠다. 행함이 없는 믿음이란 죽은 것으로 참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루터는 참 믿음에 이른 자에게는 구원받은 자의 열매로서 선행이 맺힌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루터에게 믿음은 선행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한국교회가 프란체스코 교황의 귀중한 삶을 긍정하면서도 종교개혁의 이신칭의 교리와 상관지어 주목할 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는 점이다.
어쨌든 프란체스코 교황은 물질주의와 번영신학에 빠진 한국교회 그리고 자유시장경제로 철저한 생존경쟁에 빠져 삶의 진정한 골을 잃은 한국사회에 긍정적 사표가 됨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이 기회에 복음적 삶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확고히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과연 한국교회가 믿음에 굳건히 서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을 그 열매로 제시하며, 어두워지는 한국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밝히 드러나야만 하겠다.
게다가 분명하게 물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면, 프란체스코 교황과 예수님의 삶이 어떻게 일치하고 구별되는 지를 보다 명료하게 헤아려 볼 수 있어야겠다. 그런 후 한국교회는 분명한 목소리로 교회의 길을 성도들에게 마땅히 말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렇지 못한 채 교황방문을 헐뜯는 못난 모습으로 한국교회가 세상에 비친다면 다시 한국교회는 스스로 위기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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