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의료사역에 헌신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 선교사에게 뜻밖의 비판이 가해진 데 대해 교계가 유감을 표하고 있다.
켄트 브랜틀리(Kent Brantly) 선교사는 미국의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지갑(Samaritan's Purse)이 라이베리아에서 운영하던 의료센터에서 봉사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에볼라 바이러스 예방과 감염자 치료에 헌신해 왔다. 그러나 사역 도중 바이러스에 감염돼 치료를 위해 최근 미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현재 전염을 막기 위해 치료기관에 고립된 채 감염 증상들과 싸우고 있다.
그런 그에게 예상치 못한 비판이 가해졌다. 미국의 보수 논객이자 작가인 앤 콜터(Ann Coulter)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브랜틀리 박사 같은 기독교 사역자들은 제3세계에 봉사를 하러 가기에 앞서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콜터는 이 글에서 "브랜틀리 박사는 왜 굳이 아프리카까지 가야 했는가. 치사율이 90%가 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바로 아프리카 여행 아닌가"라며, "이제 아무도 미국에서는 그리스도를 섬기지 않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 같은 칼럼에 미국 교계 지도자들은 콜터가 기독교 선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기독교 전문 설문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의 에드 스테처 회장은 "앤 콜터에게 하나님의 선교의 의미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즉각 반박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후에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트위터 메시지에 대해서 "앤 콜터는 왜 브랜틀리 박사가 아프리카에 굳이 가야 하는지 물었다"며, "그 답은 간단하다. 기독교인은 비판하고 불평하기보다는 가서 섬기라는 부르심을 받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스테처 회장은 또한 "앤 콜터는 예수님의 본을 따라 상한 자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의 글이 예수님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스테처 회장은 콜터의 글이 미국에서의 선교와 봉사에 더욱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도에서 쓰인 것이라 할지라도, 결국 "기독교의 복음전도와 선교의 의의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선교사들에게 비판을 가한 것은 콜터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세계적 CEO이자 부동산 재벌로 잘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역시 "선교사들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그 대가는 스스로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인 바 있다.
남침례교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장 러셀 무어 목사는 "많은 교인들이 트럼프나 콜터 같은 사람들이 하는 말에 상처를 받았고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그러나 교인들은 이런 일에 충격을 받아서는 안된다. 종종 세상의 사람들의 우리 안의 열정을 과도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도들 역시 그 시대에 사람들로부터 광인 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을 일으키려는 자들과 선동하는 자들에게 교회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악한 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정신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브랜틀리 박사는 에보리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최근 증세가 호전됨에 따라 자신을 위해 기도해 준 교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편지를 통해 "내가 나을 수 있도록 기도해 준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와 내 아내, 그리고 두 아이들이 라이베리아로 간 것은 에볼라에 맞서 싸우겠다는 목적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하나님께서 우리가 그곳에서 섬기기 원하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랜틀리 선교사는 자신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았을 때를 회상하며, "이상하게도 모든 이해를 넘어선 평안이 몰려왔다"며, "하나님께서는 그동안 내게 주셨던 모든 가르침을 다시 떠오르게 하셨다. 내가 그 분을 신뢰하면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이라는 가르침을 생각나게 하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