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장상 WCC 공동회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을 만나 일본 헌법 9조의 재해석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장 회장은 또한 히로시마 원폭 피폭 69주년을 이틀 앞둔 이날 핵 없는 평화를 향한 WCC의 의지 역시 피력했다.
WCC 공식 사이트는 장 회장이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스가 장관을 만나서 WCC 중앙위원회가 최근에 채택한 두 성명서 '일본 헌법 9조의 재해석(The Re-interpretation of Article 9 of the Japanese Constitution)'과 '핵 없는 세상을 향해(Towards a Nuclear-free World)'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장 회장과 스가 장관의 면담에는 WCC 중앙위원인 니시하라 렌타 박사와 일본 그리스도연합교회 총무인 마코토 가토 목사, 전 일본교회협의회 총무 대리를 지낸 우에다 히로코 목사, 니와노평화재단의 노구치 요이치 디렉터가 동석했다.
장 회장은 최근 일본에서 헌법 9조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 정부에 헌법 9조의 정신을 기리고 존중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동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일본 국민들 역시 이 헌법 조항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일본 평화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조항이다.
장 회장은 또한 "핵 무기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가 없다"며, 일본 내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특별히 언급하며, 일본 정부가 피폭 지역 내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에 나서 줄 것 역시 당부했다.
장 회장은 이 만남에서 WCC가 일본 교회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비록 일본 내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지만 일본 교회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일본 국민들에게 빛과 희망이 되고 있다. WCC는 앞으로도 평화와 정의를 향한 순례의 여정에서 일본의 교회와 국민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스가 장관은 이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입은 나라로서 일본은 핵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고민해 왔다고 밝혔으며, WCC와 일본 교회들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 다양한 도움을 제공해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다만 스가 장관은 일본 헌법 9조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국가 자위권은 어디에서나 인정되고 있으며 국제 정세 역시 최근 매우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헌법 9조의 틀 안에서 자위권에 대한 재해석을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WCC 중앙위원인 니시하라 박사는 비록 스가 장관이 헌법 9조에 대한 현 일본 정부의 견해를 대변했지만, 이러한 만남이 "전 세계와 일본 기독교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