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로교회가 2013년 WCC 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개 장로교단들이 가입돼 있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이하 한장총)가 17일 제29회 정기총회를 열었으나, 예장 합동측을 포함한 17개 장로교단들이 참여 보류를 선언하고 불참한 것. 교계 관계자들은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인 2012년을 앞두고, 50여년 전 WCC 문제로 인한 장로교단 분열의 아픔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 김마리아홀에서 개최된 한장총 총회는 정서영 목사가 상임회장직을 사퇴하고, 17개 교단들이 불참하면서 어수선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표회장에는 지난 회기 상임회장이던 윤희구 목사(창원한빛교회)가 선출됐다.

총회에 앞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지난 15일 열린 한장총 7개 교단 모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한 실행위원이 전체가 아닌 일부 교단만 모인 것에 해명을 요구했고, 운영위에서 신임 총무로 선임된 예장 통합 조성기 목사가 답변했다. 조 목사는 “7개 교단 총회장과 총무를 초청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고,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졌다”며 “그날 결정이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저는 이제 지나가면 끝이지만, 윤희구 상임회장님께서 잘 일하시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모임을 갖게 됐다”며 “7개 교단만 모인 것은 그 분들이 희생해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장총 제29회 총회에서 신구임원들이 총대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날 선출되지 못한 상임회장은 운영위원회에서 선거절차 등을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윤희구 대표회장은 “내년 9월 1일로 예정된 한국 장로교 총회 창설 100주년 기념예배를 잘 준비하겠다”며 “그러나 세 차례 성공적으로 개최된 ‘칼빈 탄생 기념일’ 7월 10일 장로교의 날 행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취임사를 전했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명일 사무총장은 연임됐고, 회무는 마무리됐다.

한편 한장총 정기총회에 불참한 약 17개 교단 임원들은 같은 시각 기독교연합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불참 이유 등을 밝혔다. 이들은 “한장총의 설립 목적은 장로교단간 친목 도모다. 그럼에도 전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등 한국교회를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장총이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기 전에는 한장총 참여를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한장총 상임회장직을 사퇴한 정서영 목사도 참석했다. 정 목사는 사퇴 배경에 대해 “WCC 총회와 연관된 지금의 한장총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장총에는 WCC 총회 유치를 주도한 통합, 기장 등의 교단이 동참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한장총 총회 불참을 선언한 17개 교단에는 합동, 합동개혁, 개혁총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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