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라크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전 세계의 이목이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의 교전이 지속되고 있는 이-팔 분쟁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사이를 틈타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 마땅한 극악한 범죄들을 자유롭게 저지르고 있다고 현지 기독교계 지도자가 고발했다.
이라크에 있는 유일한 영국 성공회 교회인 바그다드 성 조지 교회(St George's church)를 목회하고 있는 앤드류 화이트 목사는 최근 가톨릭 뉴스 서비스(Catholic News Service)를 통해 공개된 목회서신을 통해서 "세계가 가자지구에서의 분쟁에 이목을 빼앗긴 사이 IS(이슬람국가)는 자유롭게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라크 수니파 반군인 IS는 그 전신인 ISIS(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가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점령한 이래로 인근 지역인 이라크 서북부와 시리아 접경지대의 도시들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IS는 점령한 지역 내에서 무슬림이 아닌 소수종교인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고액의 인두세를 부과하고 이슬람으로 개종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는 교인들을 폭행하거나 살해하고 있다고 현지 교계는 전해 왔다. IS의 모술 점령 초기에 이미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눈 앞에서 아내와 딸이 IS 요원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봐야 했던 한 교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보도된 바 있다.
IS는 지난 7월 중순에는 모술 내 교인들에게 시한을 제시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신앙과 생명에 위협을 느낀 교인들은 집과 일터를 모두 뒤로 한 채 도시를 떠나야 했다. 이러한 협박이 있기 전에도 이미 수많은 교인들이 도시를 탈출해 모술에서는 3만5천여 명이었던 교인 수가 현재는 수천 명 규모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현지 교계는 추정하고 있다.
화이트 목사는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IS가 국제사회의 제제 없이 폭행과 살해 등의 반인도적인 범죄를 자유롭게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잊혀진 데' 대해 매우 자유롭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IS가 최근 "세계인들이 모두 가자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화이트 목사는 "이는 사실이다"며, "이라크의 상황은 이제 지나간 뉴스처럼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이곳의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만 있다는 것이다"며, "마치 이곳에 지옥 문이 열린 것 같은 상황인데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IS가 저지르고 있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8명의 교인들이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된 사건에 대해 쓰면서, "내가 전해 받은 증거 사진은 차마 이곳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살면서 내가 본 광경 중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들 8명의 교인들은 가족들로 집에서 성경책을 펼쳐 놓고 있었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이들은 IS의 개종 강요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결국 목숨을 잃어야 했다.
화이트 목사는 "이것이 오늘날 이라크의 현실이다"며,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위안은 이렇게 신앙을 지키다 살해당한 모든 소중한 형제 자매들이 지금은 주님의 영광의 품 안에 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박해 속에서도 주님 인도하심 찾아
"세계의 도움 함께 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
한편, 화이트 목사는 여전히 이라크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기도와 지원을 지속해 주고 있는 세계의 지지자들에게는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들 지도자들은 우리를 절대 떠나지 않으며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를 도와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 목사는 국제사회와 세계 교회에 이라크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박해받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기도와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특히 탈출한 모술 교인들을 돕고 있는 중동 구호와화해사역재단(Foundation for Relief and Reconciliation)이 긴급히 이라크 사역을 위한 기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많은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주님의 인도하심과 세계의 도움의 함께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이 상황을 견디고 우리 앞에 주어진 영적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악 지역을 넓혀가고 있는 IS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에는 이라크 북부에서 쿠르드 보안군들을 물리치고 2개의 소도시를 추가로 점거했다고 현지 관리들이 밝혔다. IS는 이 지역을 점거함으로써 최소한 2개의 소규모 유전도 차지하게 됐다.
주마르와 신자르라는 두 도시는 다종교적인 분위기의 도시였으나 IS의 공격으로 기독교인을 포함한 수천 명의 주민들이 북쪽의 쿠르드 자치구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IS로 인한 이라크 기독교인들의 고통에 우려를 표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 정부가 IS의 탄압을 받고 있는 이라크 기독교인들의 망명을 받아들인다는 결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과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이 원한다면 프랑스로 망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프랑스는 IS의 행태에 분노한다"며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에게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IS가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있다"며 규탄 성명을 내고, "니네베 주에서 IS가 기독교인들에게 저지른 행위는 이들의 극단주의적이고 테러리스트적인 성격을 의문의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 말리키 총리는 아울러 정부 기관들에 IS의 박해를 피해 피난길에 오른 기독교인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세울 것을 당부했으며, 국제사회에 IS에 대한 제제를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프란치스코 교황도 모술 내의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고 쫓겨나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세계 교인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