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국내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3국에서는 모두 1201명의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해 672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무려 70%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는 에볼라출혈열 발생국인 아프리카 기니 및 주변국가로 출국하는 해외여행자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우리 나라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개최 예정인 국제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덕성여자대학교가 4일부터 15일까지 개최 예정인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입국 금지 강력하게 요구한다"라는 글이 올라와 수천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덕성여대가 개최하는 세계대회에는 한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32개국 대학생 500여명이 참가한다. 아프리카에선 11개국 2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덕성여대는 일단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나이지리아 학생 3명의 초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UN과 함께하는 세계대회인 만큼 발병지가 아닌 지역의 학생들까지 입국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덕성여대는 아프리카인 참가자들이 입국시 에볼라 감염 검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질병관리본부에 요청했다.
더불어 오는 1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수학자대회(ICM)에 대한 우려도 빗발치고 있다.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라는 주제 아래 전세계 100개국 5000명의 수학자들이 오는 21일까지 9일간 한국을 찾는다. 참가자 중에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학자 10여명을 비롯해 아프리카인 수백여명이 방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볼라바이러스 공포분위기는 여행사, 봉사단체, 기업체로까지 퍼지고 있다.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펼칠 예정이던 선교단체 '굿뉴스의료봉사회'는 서아프리카 국가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또 삼성그룹은 기니·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지역으로 출장을 금지했다. 다른 기업들도 아프리카 주재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움직임이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서아프리카는 사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아니라 큰 영향은 없다. 다만, 에볼라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분들의 문의전화가 많아졌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여행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에볼라출혈열은 호흡기 전파가 아닌 혈액이나 체액의 밀접한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감염된 환자의 체액이나 혈액과의 직접접촉,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