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우간다 헌법재판소가 1일(현지시각)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 온 현지 반동성애법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당시 표결에 참여한 의원 수가 정족수에 미치지 못했음을 들어 법안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에 따르면 동성애 관계를 처음 맺은 사람에게는 14년 형을 선고할 수 있고 그보다 많을 경우에는 종신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이 법안은 처음에는 일부 경우에 동성애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방안도 포함했었으나 국제사회의 항의에 부딪혀 사형 선고는 제외됐다.
평소 '동성애는 정신적 질환'이라고 주장해 온 요웨리 무스베니 대통령이 올해 2월 반동성애법에 서명하면서 법안이 발효됐으며, 우간다 시민단체들은 3월 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은 나라 안뿐 아니라 서구 정부들과 인권단체들, 그리고 교계로부터도 강력한 비판을 받아 왔다.
먼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무세베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직후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은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을 조장할 수 있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법안은 "우간다 동성애 공동체에 위협이 되고 우간다 국민의 인권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정부는 앞서 무세베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우간다에 대한 4억 달러의 원조를 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으나 무세베니 대통령은 서명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지난 6월 원조 중단과 함께 법안 통과를 주도한 우간다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왓치 등 인권단체들은 법안이 "심각한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비판해 왔으며, 법안을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나 독일의 나치즘에 비유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성공회 대주교와 존 센타무 영국 성공회 요크 대주교, 미국의 릭 워렌 목사, 조이스 메이어 목사, 조엘 오스틴 목사 등도 우간다 반동성애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으며, 세계복음연맹(WEA) 역시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들에 대한 탄압은 옳지 않다"며 이 법안을 철회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법안이 무효로 선언되면서 일단 현지 시민단체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우간다 담당 디렉터인 새라 잭슨은 "비록 이번 결정은 법률적 타당성만을 따진 것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간다 인권운동가들에게는 중대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고 밝히며, "이들 운동가들은 2009년에 처음 이 법안이 추진되기 시작한 이래로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로 인권의 수호를 위해 일해 왔다"고 전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탄압은 이슬람권 국가의 경우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비이슬람권 국가의 경우에는 미국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우간다는 국민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국가로 무세베니 대통령 또한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 보수 복음주의 교계는 법안이 동성애자들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 이를 지지하지 않아 왔다.
한편, 이번 무효 결정에도 불구하고 무세베니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반동성애법 시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법안은 다시금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발효한 이래로 수많은 우간다 동성애자들이 집이나 직장을 잃거나 탄압을 피해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