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지난 4월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 사건을 비롯해 최근의 22사단 총기사망사건, 육군 22사단 이병과 3사단 이병과 해군 일병의 자살사건 등 군대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윤 일병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교회에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에 따르면, 주범 이 병장은 구타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다른 가해자들에게 지시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 윤 일병이 교회에 가는 것을 막았다고 전했다. 또 가해 병사들은 윤 일병의 가족 초청 운동회 점수가 부족해 가족을 초청할 자격이 없다며 가족들이 면회 오는 것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윤 일병은 구타를 당하며 지옥 같은 군생활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선임병의 조직적인 방해로 교회에서 예배드릴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군인권센터가 밝힌 '윤 일병 폭행 사건'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힐 정도로 잔혹하기 그지없다.
주범 이모 병장은 윤 일병에게 치약 한 숟가락을 먹이고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가혹행위를 했고, 단 하루도 폭행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밤까지 90대 이상 가슴과 다리, 배, 머리 등 윤 일병의 온 몸을 매일 폭행했고, 점호 시간이 지나면 군기를 잡는다고 도수체조를 강제로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잠을 재우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윤 일병이 계속된 폭행으로 힘든 기색을 보이면 링거 수액을 주사했고, 조금이라도 원기가 돌아오면 또 다시 폭행을 자행했다. 사망 당일은 아침부터 사망하는 시점까지 수액을 주사한 2시간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폭행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온 나라가 이 사건으로 떠들썩 하지만, 기독교계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 외에는 이 사건 대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군 장병들을 위한 교계 차원의 후속 지원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NCCK 인권센터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병영문화 개선 및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군의 진정성 있는 성찰과 병영문화 혁신을 촉구했다.
NCCK 인권센터는 "군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더 이상 말로만 하는 재발방지 대책이 아니라 대대적인 군 개혁을 통해 병사들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그저 사건 사고를 관리소홀로만 바라보는 안일한 인식과 군대내의 최소한의 폭력은 필요하다는 구시대적인 인식을 버리고 병영 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5일 화요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윤 일병 사건의 결심공판에 참석할 대규모 법정감시단을 모집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28사단 검찰관, 6군단 법무참모, 28사단장, 6군단장에게 가해자들을 살인죄로 공소변경 할 것을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군본부는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살인죄로 공소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28사단 집단구타사망사건은 우리 국민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날려 버릴 정도로 야만스러움과 핏빛으로 얼룩져 있고, 그 잔혹함은 제대로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이며 "피해자인 윤 일병은 입대 후 가족들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야만적 행위에 의해 삶을 마감했다"고 사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치주의를 망각하고 있는 군당국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많은 시민들이 법정감시단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