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이라크에서 기독교 신앙 때문에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의 박해를 받고 있는 기독교인들들의 망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과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은 7월 28일(이하 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는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이 원한다면 프랑스로 망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6월 10일 이라크 제2의 수도인 모술을 장악한 이후 이 도시와 인근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에게 폭력과 위협을 가하고 살해를 벌여 온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 전 ISIS)를 규탄했다.
모술은 이라크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고대 기독교 공동체인 칼데아 정교회가 뿌리를 내리고 있던 도시였으나, IS가 모술을 점령한 이후 박해를 가함에 따라 기독교인 대부분이 탈출을 감행했다.
IS는 모술 기독교인들에게 지난 7월 19일까지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인두세를 내지 않으면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는 그나마 도시를 지키며 남아 있던 기독교인들까지도 모술을 떠날 수밖에 없게 했다.
카즈뇌브와 파비우스 장관은 "프랑스는 이러한 IS의 행태에 분노하며 이라크의 기독교도들에게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가톨릭 교계는 IS의 박해로 인해 모술이 기독교인 없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해 왔다. 루이스 사코 대주교는 AFP에 "이라크 역사상 처음으로 모술에는 기독교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대주교에 따르면 2003년 이라크전 이전에 모술에는 6만 명 가량의 기독교인이 살고 있었으나, 이후 이슬람 분파 간 분쟁과 증가한 박해로 인해 그 수가 점차 줄어들어서 2014년 초에는 3만5천 명 가량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최근 보도들에 따르면 IS가 모술을 점령한 직후에만 이미 1만 명이 넘는 기독교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또한 외신들은 모술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이주한 기독교인의 수는 수만 명 규모에 달한다고 전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 이라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IS를 비판하고 기독교인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IS가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있다"며, "니네베 주에서 IS가 기독교인들에게 저지른 행위는 이들의 극단주의적이고 테러리스트적인 성격을 의문의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알 말리키 총리는 아울러 정부 기관들에 IS의 박해를 피해 피난길에 오른 기독교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했으며, 국제사회에 이 테러단체에 대한 압박을 가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프란치스코 교황도 모술 내의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고 쫓겨나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세계 교인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