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에서 우리 국민은 정쟁(政爭) 보다 민생(民生)을 선택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파생된 무능 정권 심판보다는 서민 경제 회복과 국가 개조에 대한 염원을 표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은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대응 미숙, 연이은 인사 실패를 감안한다면 야당이 압승했어야 했다. 하지만 합리적인 대안 제시 보다 세월호를 정치 쟁점화하는 데 주력한 야당에 대해 국민은 등을 돌렸다. 야권은 정책 대안제시 보다 정권 심판론에 매달리다가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이번 선거 결과에 도취해서는 안된다. 집권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하라는 채찍질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집권여당으로서 걸맞은 리더십과 정책 능력을 보여달라는 국민의 기대와 명령이 담겨 있다. 만약 여당이 국정운영의 변화, 적폐 청산, 서민 경제 회생 등 변화와 갱신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언제든 민심으로부터 도태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망국병(亡國病)으로 불리던 지역주의의 고질적인 폐해가 타파된 기념비적인 사건에 주목한다. 소선거구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호남지역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는 정치적 의미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였다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현 의원의 당선은 지역구도 타파와 영호남 화합이라는 한국 정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는 종북주의 진보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무단통치와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두둔하는 정당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선처를 탄원한 4대 종단 지도자들의 행동은 비록 자비와 용서라는 종교적 가치관에 토대하고 있다하더라도 매우 경솔한 행동이었음을 말해 두고자 한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또다시 국가 전복을 기도한 특권층 인사를 선처하라고 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 이전에 국민 정서를 도외시한 것이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는 종교적 실천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고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여야는 이번 선거 결과가 세월호 유족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서민 민생 경제 해결에 힘과 지혜를 모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와 종교계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회복하고 국가개조를 이루는 일에 협력해 나갈 것이다.
2014년 7월 31일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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