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점령하라’며 경제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뉴욕서 시작된 시위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및 캐나다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세계 경제질서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캘거리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주최로 열린 ‘가난, 부, 생태에 대한 북미 회의’의 초점은 ‘경제’였다. 회의를 마치며 참석자들은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There’s a new world in the making)라는 제목의 문서를 통해 현 세계 경제질서가 초래한 불평등 및 환경파괴 문제 등을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책임감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문서에서 이들은 이번 회의가 “세계 금융 위기와 이로 인한 시위가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때에” 개최되었음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는 데 실패한 사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 기구들은 여러 나라들에 재정·무역 정책을 강요하고 사회적·경제적 빚에 대한 이자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부와 힘을 끝없이 추구했고, 국내외를 불문하고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시장경제에 휘말려들었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외국인노동자들이 우리 아이들과 노인들을 돌보고, 우리 농장에서 일하고, 긴 시간 일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인권을 짓밟혀 왔음”에도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방관에 대한 책임을 고백했다.
북미 기업들에도 질타를 가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이웃의 가난한 나라들에 쓰레기매립지와 화학물폐기장을 안전장치나 노동법 준수 없이 설치하고, 세금을 정당히 지불하지 않고, 시위대를 저지하며 원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불법무장단체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대책을 강구하며 기업들을 향해 “탄소 기반 에너지로부터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투자를 이동시키고, 공정한 임금 지불과 세금 납부를 통해 빈부격차를 좁혀나가라”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서는 “기업들이 국내외 어디에서나 근로자 노동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국제 금융거래시 세금을 발생시켜 이를 환경보호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서로 분리시키고, 새로운 금융질서를 구축하라”고 밝혔다.
또 그리스도인들의 회개를 촉구하며 “우리를 탐욕으로부터 구하소서. 우리가 만들어낸 구조와 정책과 법이 일하지 않고도 특권을 누리게 만드는 현실로부터 구하소서. 우리는 가난하고, 부유합니다. 우리는 압제당하며, 압제합니다. 와서 우리를 화해시키소서”라고 기도했다.
이번 회의에는 WCC에 가맹된 캐나다 및 미국의 기독교 단체 대표들, WCC 외 에큐메니칼 기구 대표들, 지역 에큐메니칼 파트너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