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여직원에게 '임신했냐?'고 말한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한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2007년 A사에 입사한 한씨는 용역업체 직원을 포함해 약 50여명의 여직원이 근무하는 생산라인을 관리했다. 그는 자신의 과장 직위를 이용해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
한씨는 특히 여직원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온갖 추태를 부렸다.
그는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가 하면 술자리가 끝난 뒤 '잘 데가 없으니 니 방에서 재워 달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또 '술 한 잔 더 마시자'는 핑계로 여직원들을 모텔로 데려가려고 하기도 했으며 우산을 같이 쓰고 가던 여직원의 엉덩이 등을 슬쩍 만지기도 했다.
특히 한씨는 평소 성희롱 대상으로 삼던 여직원이 퇴직에 대해 상담을 하려고 문자를 보내자 전화를 해 '남자친구와 무슨 일 있냐. 임신했냐'는 말까지 했다.
한씨의 이 같은 만행을 알게 된 A사는 전체 여직원을 대상으로 근로환경 등에 대한 면담을 실시했고 2012년 3월27일부터 4월6일까지 한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여직원들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다.
결국 A사는 3일 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한씨의 해고를 의결했고 한씨는 "여직원들을 성희롱 하지 않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퇴사하는 여직원에게 '임신했냐'고 말한 것은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인 언동으로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한씨는 여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다른 여직원들의 진술도 구체적이고 일관돼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봤다.
이어 "한씨가 여직원들에게 한 성적 언행은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춰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