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에서는 감동을 전달하려는 설교와 신학적 논리와 지적 정합성을 추구하는 주해서를 결합해서 감동과 지식을 함께 추구하려고 했다."
양승훈 교수의 신간 '창조에서 홍수까지(도서출판 CUP)'의 출간 기념 및 북 콘서트가 최근 서울 마포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사단법인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도서출판 CUP,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주최로 진행됐다.
이날 북 콘서트를 위해 양 교수가 준비한 원고에 따르면 양 교수가 담임을 하고 있는 벤쿠버의 주빌리 채플은 세대 통합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영·유아들을 제외한 유치원 이상의 모든 아이들과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이들을 설교에 집중시키기 위해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도록 설교를 재미있고 쉬운 말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양 교수는 "본서는 어떻게든 이처럼 모두에게 친숙한 창세기 강해를 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필자는 본서를 통해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신학적 얘기들을 모두에게, 심지어 초등학교 상급 학년까지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얘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본서는 단순한 강해 설교집이라고 하기에는 학술적이고, 전문 주해서라고 하기에는 설교집의 냄새가 난다고 그는 말했다. 양 교수는 "그래서 구태여 본서의 장르를 정한다면 어떤 분의 표현대로 'Exposimentar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말은 강해를 의미하는 'Exposition'과 주해를 의미하는 'Commentary'를 결합한 것인데, 본서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본서에서는 감동을 전달하려는 설교와 신학적 논리와 지적 정합성을 추구하는 주해서를 결합해서 감동과 지식을 함께 추구하려고 했다고 그는 전했다.
본서의 배경에 대해 "오랜 세월동안 저자가 창조과학에 빠져 지낸 것에 대한 하나님 앞에서의 회개, 학자로서의 후회와 부끄러움, 저자의 글과 강의를 접했던 수많은 분들에 대한 죄송함"이라고 했다.
그가 겪었던 한 일에 대해 전하며 "1980년대 중반, 필자의 나이 서른 살 내외였을 때의 일이다. 울산대 CCC 초청으로 창조론 강연을 간 적이 있었다. 꽤 큰 강당이었는데 거의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아마 400여명 정도 모였으리라 짐작된다. 그 때 필자는 젊은 지구론자로서 예나 다름없는 슬라이드 강연을 했다. 강연을 다 마치고 슬라이드 프로젝터와 가방을 정리하고 나오는데 50대 초,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교수님 한 분이 조용히 다가왔다"라며 "그리고 자신을 화학과 교수라고만 소개한 후 진지하게 '양 교수님은 정말 지구가 6000년 되었다고 믿으십니까?'라고 물었다. 물론 필자는 그렇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 교수님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더 이상 말 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조용히 뒤돌아서서 나가셨다. 30여년 전의 일이지만 필자는 그 분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라고 당시 양 교수가 겪었던 일에 대해 언급했다.
1980년, 그가 처음 창조과학 운동에 참여할 때 저자는 창조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의 과학적 증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과학사를 공부하면서 위튼대학에서 신학적 훈련을 받으면서 창조론 운동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며 "아니 건강한 신학적 기초 위에 세워져 있지 않은 창조론 운동은 자칫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의 전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신학적 반성이 부족한 채 창조론 운동을 과학자들의 손에만 맡겨둔다면 배가 오히려 산으로 갈 수도 있음을 알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창조과학의 문제는 세 가지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과학적 문제'다. 그는 "전문 과학자들이 명백하게 틀렸다고 주장하는 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창조과학자들은 거의 대부분 창조과학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전문가들이 아니다. 창조과학의 2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6000년 지구·우주론(젊은 지구론)과 지구 역사에서 전 지구적 격변은 오직 노아의 홍수만 있었다는 노아 홍수론(단일 격변론)은 해당 분야 전문과학자들은 이미 몇 백 년 전부터 논의 자체를 하고 있지 않다"며 "천동설이나 평면 지구설을 두고 천문학계나 지리학회 등에서 논의하지 않는 것처럼 젊은 지구론이나 단일 격변설은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식에 대한 경직되고 이데올로기적인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것은 틀린 지식보다 더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식에 대한 경직된 자세로 인해 다른 기독교 학자 공동체와의 대화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예를 들면 6000년 지구·우주론을 믿지 않는 사람은 진리를 타협한 사람, 자유주의자, 진화론자 등으로 매도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양 교수는 과학이 성경의 무오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성경 해석학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했다. "성경의 무오성이 과학적 증명에 근거하고 있다는 주장은 과학은 성경보다 더 신뢰할 수 있음을 은연 중에 전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여기에서 성경이 과학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기가 막힌 주장이 나온다. 언뜻 보면 성경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기 때문에 과학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 듯이 보인다"라며 "하지만 성경은 과학 교과서로 사용되기 위해 기록된 책이 아니다. 주거 용도의 땅에 상가를 지으면 안 되듯이 구원의 도리를 계시하기 위해 주어진 성경을 과학 교과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성경은 무오 하지만 과학교과서로 사용되어서도, 사용될 수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상 세 가지 문제는 자칫 다음 세대 청년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안고 청년들이 대학을 갔을 때, 그리고 창조과학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분야를 전공하게 되었을 때 이들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학의 내용들이 거짓이라고 하면서 전공을 포기하거나, 교회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이 터무니 없다고 하면서 교회를 떠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신앙과 학문은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을 연관 지으려는 시도를 포기한 채 이원론적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본서가 복음주의적인 성경관에 기초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성경에서 현대 과학적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근본주의 창조과학의 입장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지구나 우주의 역사가 6000년 내외라는 창조과학의 주장은 자칫 성경을 조롱거리로, 기독교를 지적 게토로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구원의 원리는 시대와 역사, 문화를 초월하지만 성경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상(Weltbilt)은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 사람들의 상식을 반영하고 있다. 하나님은 그 시대 사람들의 물리학, 우주론, 천문학, 생리학, 지리학 등의 상식을 사용하여 구원의 도리를 말씀하셨다"라며 "그러므로 성경의 특정 단어나 표현으로부터 과도하게 현대 과학적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교수는 "본서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섭리와 창조 신앙이 더 많은 분들에게 선포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신간 '창조에서 홍수까지'는 과학과 성경을 넘나들며 창세기를 흥미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양승훈 교수는 경북대 사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과학사로 문학석사를, 미국 휘튼대학에서 신학으로 문학석사를 받았다. 이탈리아 국제이론물리학센터(1982)와 미국 시카고대학(1986)에서 연구했고, 14년 간 경북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50여 편의 반도체 물리학 및 창조론 논문을 발표했으며, 30여 편의 기독교 세계관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창조론,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대표적인 저서로는'기독교적 세계관', '그리스도인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창조와 격변', '헌신과 광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