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 교육훈련원(원장 이근복 목사)이 25일 기독교사회인문학자문단(크리스천 후마니타스)를 결성하고 "한국교회의 새 길을 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NCCK 교육훈련원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 알렌관에서 열린 '크리스천 후마니타스' 창립식에서 "역사와 사회, 문화와 인간에 대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성숙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며 창립과 함께 활동계획으로 ▲기독교 단체의 인문학 모임, 교육, 학술 활동에 대해 자문하고 학문적 지원 ▲정기포럼과 심포지엄 개최 ▲학술지, 연구저서 출판 ▲국내외 학술단체, 대학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잇는 공동사업 추진 등을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창립식은 개회 예배와 특강, 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개회예배는 이근복 목사의 사회로 이춘수 목사(평택동산교회)의 인사, 육순종 목사(성북교회)의 기도 후 김고광 원로목사(수표교교회)의 설교(한국교회 지도자의 자화상, 마23:1~7)를 전했고, 이어 원종휘 목사(인천목회자독서모임 회장, 만석교회)가 각 지역 인문학모임 보고를 했다.
이후 특강에서는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메시지를 전했고, 김경동 원로교수(서울대)·박명림 교수(연세대)·고재길 교수(장신대)가 발제를 담당했다.
고재길 교수는 '교회의 공공성과 인문학적 소통의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기독교에 인문학적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물량주의, 교회의 대형화, 설교의 위기, 성경적 리더십의 부재, 교회의 재산 분쟁, 비윤리적 목회형태 등 이러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을 저하시키는 원인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오늘의 한국교회의 위기의 근원을 자기중심적 교회성장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며 "자기중심적 교회성장주의는 개별 교인의 성공만을 가치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이기적 성공주의와 결합돼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는 자기가 속해 있는 한국사회와 지역사회와의 바람직한 소통과 유대관계의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위기의 주요 원인은 이기적인 자기 교회만의 성장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교수는 "교회는 사회와 만나서 대화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관심을 나누고 서로가 함께하는 삶의 형성에 나서야 한다"면서 "신학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 교수는 "한국교회가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 하나님 사랑의 계명에만 집중한 결과, 신앙의 중요한 차원인 공적 영성의 실천을 소홀히 했다"며 "한국교회가 자기중심적 관심사에만 빠지며 외적인 성장주의에 함몰된 것은, 신학의 공공성에 대한 교회의 명확한 입장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교회의 공공성과 공적책임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고 교수는, 한국교회가 지역공동체 주민들을 복음으로 변화시킬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을 나누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지역주민을 (전도를 위한) 개혁과 변화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때 거기에서는 인격적인 상호간의 만남은 이뤄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교회의 공공성에 기초하고 있는 교회는 지역사회의 정치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의제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공공성을 강조하는 교회는 교회의 근거를 먼저 지역사회와의 구체적인 관계성 안에서 찾았으며, 신학자 본회퍼 역시 특별히 교회공동체가 갖고 있는 사회성에 대해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NCCK 교육훈련원은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을 '번영신학과 성공주의 신앙'에서 찾고 있고, 목회자의 문학모임을 통해 한국교회를 위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인문학적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교육훈련원은 한국교회가 '역사와 사회, 문화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교류를 통해' 성숙과 발전의 단계로 나아가길 원한다"며 "오늘 창립식은 교육훈련원의 선한 계획을 더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기 위한 실제적인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교회가 한국사회와 소통하는 한가지 방법으로 교회가 인문학적 관심을 회복하고 지역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을 추구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가 강조하며 "인문적한 관심과 신학적 관심은 인간의 존엄성의 확대와 생명적 가치 실현의 지점에서 서로 만날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