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소장 노영상 교수)가 ‘북한 선교의 미래’를 주제로 15일 오후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가을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소는 어려움에 처한 탈북민들과 북한 동포들을 효과적으로 돕는 일에 주력하는 북한선교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 노영상 소장은 “남북한 평화정착을 위한 연구소의 사역이 어두움에 덮인 북한에 새로운 빛이 될 뿐 아니라 한반도 내에 통일된 샬롬 공동체를 세우는 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인사했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공동체 창조
▲장신대에서 열린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 가을세미나에서 하충엽 목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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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서 하충엽 목사(영락교회 북한선교회)는 ‘영락교회의 대북사역 고찰-사역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하 목사는 지난 13년간 탈북민들과 영락교회 교인들과의 만남 경험을 토대로 ‘통이(統異)를 통한 통일(統一)’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하충엽 목사는 “탈북민들과 영락교회 교인들은 동질성의 공동체가 아니라, 이질화된 공동체임을 경험했다”며 “이 둘은 영락교회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이질화된 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서로 경험하면서 한 민족·한 문화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서로에 대해 실망하거나, 서로 삶을 나누는 것이 너무 힘들어지기도 했다. 서로 만나다 보니, 오히려 잃어버린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 목사는 “그래서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두 공동체는 60년 가까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혈통은 단일민족이지만, 외형에 대한 인식이나 언어 소통, 행동 방식이 모두 달라졌다는 것.
외형 인식의 경우 북한에서는 모든 물질들을 국가적 개념, 즉 혁명적 요소로 치환시켰다. 예를 들어 ‘꽃’은 남한에서 매화나 진달래, 해바라기 등 개체로 인식하지만,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인식한다. ‘김일성花, 김정일花’가 존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 목사는 평양 시내를 방문했을 때 매화, 해바라기, 진달래, 목련화, 김일성화, 김정일화 등 6가지 꽃을 발견했다”며 “매화는 애국적 절개, 해바라기는 민족의 태양인 김정일화를 바라보는 존재, 진달래꽃은 민족의 해방 등 꽃으로 주체사상의 핵심을 인식화시키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또 ‘언어’를 혁명 도구로 인식하기 때문에 주체사상에 맞도록 언어를 새롭게 형성시키고 있다. 북한은 최소 5만 단어 이상을 새로 만들었고, 이는 분단 고착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나는 할 수 있다’는 남한에서 능력이 있다, 방법을 안다, 의지가 있다 등 다양하게 쓰인다. 반면 북한에서는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는 어떠한 장애물이 있더라도 해낸다는 ‘불굴의 의지’를 강조한다. 이같은 언어 차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충돌과 배타(exclusion)가 발생할 수 있다.
행동 양식도 많이 다르다. 탈북민 사역자들은 탈북민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 힘들어하지만, 이는 ‘약속’에 대한 개념 차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탈북민은 “북한은 전체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약속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북한에서는 약속을 지키든 안 지키든, 어떤 사람이 게으르든 그렇지 않든 개인의 이익은 약속과 관계없다”고 이야기한다. 하 목사는 “탈북민들이 약속에 대한 행동양식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독교 정신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다른 점 포용을
하충엽 목사는 “서로 다른 민족 정체성의 두 공동체가 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사회생활을 하는 ‘통이(統異)’와 공통의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통일(統一)’은 구별돼야 한다”며 “통이란 한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에 동화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를 포용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말한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을 의도적으로 남한 사회에 동화시키거나,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의 우월성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오점으로 만들어버리지 말고, 기독교답게 서로 다른 점을 포용(embrace)해 가야 한다.
하 목사는 몰트만의 ‘유사와 타자의 원리(The principle of Analogy and Otherness)까지 동원하면서 “몰트만은 원수까지도 포함시키는 다양성 안에서의 공동체를 주장하는데, 이를 통해 남한 그리스도인들과 탈북민들은 서로 다름을 수용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파괴시키지 말고 다양성 안에서 공동체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몰트만은 ‘유사와 비유사(like and unlike)’의 문제를 다양성 안에서 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통이 공동체는 상호 이해와 해석이 중요한데, 이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 목사는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에 따르면 상이한 환경에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살던 탈북민과 남한 공동체가 배타에서 포용으로 나아가는 길은 회개와 용서를 통한 공간 창출을 통해 화해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남북의 민족 정체성은 이질화됐고, 공통의 정체성을 갖는 통일 공동체로 가는 과정에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는 통이 공동체가 필요함을 나타낸다”고 정리했다.
이어 박영환 소장(서울신대 북한선교연구소)은 ‘북한선교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발제했다. 박 소장은 “북한선교는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인 동시에, 북한 복음화와 직결되는 행위”라며 “일부에서 북한선교를 통일의 기능적 요소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교회는 기본적으로 통일보다 북한선교에 더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선교를 위해서는 북한을 향한 간접선교와 탈북민 정착을 위한 선교를 병행해야 한다”며 “통일의 밑거름이 되는 북한선교를 연구·분석·평가해야 함에도 오로지 실제로 가서 활동하는 일만 밀어붙이는 어리석음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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