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오전 7시41분. 학생들이 아직 등교하지 않은 이른 시각,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사무실에 한 남성이 들어왔다.

이 남성은 말끔한 정장에 넥타이까지 맨 차림이었다. 학내 미화원이 아침부터 학교에 찾아온 이 남성을 발견했지만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주변의 눈치를 보던 이 남성은 곧 총학생회 사무실 서랍을 뒤져 이 학교 부총학생회장 정모(25)씨가 보관해 둔 학생회비 450여만원을 챙겨 달아났다.

이 남성은 대학가를 돌며 현금만 훔친 절도범 최모(51)씨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대학가만 집중 공략해 돈을 훔쳤다. 부산 고시원을 전전하던 최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경대와 경성대 등 부산 소재 대학교에서 돈을 훔치기 시작했다.

범행에 몇 차례 성공하자 최씨는 2~3개월에 한 번씩 새벽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린 최씨는 세종대와 건국대, 중앙대, 숭실대, 총신대 등 주요 대학을 차례로 돌며 범행을 저질렀다.

오랜 기간 동안 고시 생활을 하다가 실패한 최씨는 마흔살이 넘어가자 잠시 학원에서 형법 강의도 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이내 그만뒀다.

그러나 최씨의 범행은 고시생 출신답게 치밀했다. 자신만의 계획표를 세워 범행에 옮겼다. 계획표에는 날짜별로 범행 대상이 된 대학과 훔칠 금액 등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했다. 대학교 이름은 모두 수려한 필체의 한자로 적었다.

범죄계획표에 따르면 최씨는 하루에 1~2개 대학을 돌며 30만~60만원 상당을 훔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부산 소재 대학에서 돈을 훔친 혐의로 지난달 부산 남부경찰서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던 중 서울에서 저지른 범행으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4일 최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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