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살림 제윤경 대표   ©오상아 기자

희망살림의 제윤경 대표는 21일 열매나눔재단(구 청어람)에서 진행된 부채탕감토론회에서 미국에서의 채무자들의 빚 탕감을 위한 '롤링 주빌리'운동과 한국 시민단체들의 빚 탕감 운동을 소개했다.

먼저 제윤경 대표는 "은행의 경우 연체를 3개월 지속하는 채권(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손실 처리해 버린다"며 "한마디로 채권 회수를 포기한다는 말이다"고 했다.

은행은 장부상 손실처리를 한 뒤 채권을 대부업체로 채권 원래 가격의 10%가 안 되게 매각한다. 그는 "연체 개월에 따라 다르지만 거래 가격이 채권 원금의 10%에서 1%미만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며 "100만원짜리 채권이라면 만원에 거래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고 했다.

그는 "대부업체는 채권 원금과 연체이자 및 법정비용까지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며 "이렇게 채권이 여러 대부업체를 떠돌며 연체이자가 따라붙어 몸집이 계속 커진다"고 했다.

제윤경 대표는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만원에 매입한 채권을 가지고 1000만원 이상, 1억 가까이 채권 회수를 할 수도 있다"며 "금융사들은 부실채권을 저가에 매입해 추심을 하는 자산관리회사를 만들어 한 해 수억원의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부실채권시장의 규모는 2013년 기준 10조원 가량이다"고 했다.

또 "채무독촉의 방식도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채무자의 인권 보호가 취약해 빚독촉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은 채권의 이런 거래를 알지 못한다"며 "지난해 미국에서는 바로 이런 식의 부실채권 거래 실태를 고발하고 무분별한 채권거래 대신 채무자들의 빚 탕감을 위한 '롤링 주빌리' 운동이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제윤경 대표는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는 미국의 유명한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2012년 11월부터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채권을 사들인 뒤 무상 소각하는 빚 탕감 운동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OWS는 시민들로부터 67만7552달러(약 7억1481만원)를 모아 부실채권 1473만4569달러(약 115억4497만원)어치를 매입해 파기했다"며 "OWS측은 채무자들의 빚부담을 줄이는 데에만 목적을 두고 이 운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채권이 2차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폭로하고자 함이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발제자들이 나와 '압류, 경매 1차 불능 통고' 등 서류를 보이고 있다.   ©오상아 기자

그는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며 "사단법인 희망살림이 2014년 4월 10일 채권 164건을 채권자나 신용정보사로부터 매입해 같은 달 16일에는 금감원 앞에서 부실채권 소각 행사를 가졌다고 했다.

제윤경 대표는 "사단법인 희망살림의 분석에 의하면 117명의 빚이 소각됐고 부채 평균 액수는 400여만원이었다"며 "1300여만원의 모금으로 4억 7천만원의 빚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채권의 81%가 10년 이상 장기 연체 중이었다"며 "400만원을 못 갚아 10년 이상 사실상 사회에서 퇴출된 것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고 했다.

또 "채무자들의 연령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30대 40대에 80% 가까이가 집중되어 있다"며 "특히 30대의 채권 비중이 37%나 된다는 점은 특이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채권의 발생 기간을 고려한다면 20대부터 빚이 발생해 15년간을 지속적인 추심에 내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제 카드사 등에서 연체가 시작되어 대부업체까지 매각이 반복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위기 직후 발생한 것으로 15년 이상 된 장기 채권일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또 "최연소 채무자는 83년생으로 금액은 1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며 "소액의 채무 연체로 20대 시절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현실과 채권자가 여러번 바뀌어가면서 추심이 이뤄졌을 것임을 고려할 때 부실채권 거래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부채 규모는 평균 400여만원으로 소액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조금씩 규모가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채무자들을 괴롭히던 강제집행 서류들을 제윤경 대표가 파쇄기에 넣고 있다.   ©오상아 기자

희망살림은 소각행사에 이어 117명의 채무자에게 부채 탕감을 알리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통지서를 받아본 채무자에 대해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 민생연대, 해오름 등의 채무자 우호적인 단체들과 더불어 채무자 자립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서울시 금용복지 상담센터 등을 통해 복지 서비스 연계도 적극적으로 도모함으로써 채무자의 새출발을 적극 돕는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제윤경 대표는 최근 99명의 10억 채무를 기부로 탕감해줬다고 밝히며 그간 채무자를 괴롭히던 강제집행 서류들, 실제 채권을 본따서 만든 자료들을 파쇄기에 넣어 파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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