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성 교수(백석대)   ©오상아 기자

'성경의 부채탕감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희년함께, 희망살림, 한국복음주의연합이 주최하는 토론회가 21일 오후 3시부터 열매나눔재단(구 청어람)에서 진행됐다.

이날 희망살림 제윤경 대표는 최근 99명의 10억 채무를 기부로 탕감해줬다고 밝히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발제자들은 그간 채무자를 괴롭히던 강제집행 서류들, 실제 채권을 본따서 만든 자료들을 파쇄기에 넣어 파쇄하거나 찢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어 정종성 교수(백석대학교)는 '부채탕감의 성서적 근거와 교회의 역할-신약의 복음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정 교수는 누가복음 16장의 청지기 비유, 마태복음의 주기도문(6:9-12)과 왕의 비유(18:23-35)을 들어 '빚탕감'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누가복음 16장 청지기의 비유는 정종성 박사의 학위 주제였으며 이를 주제로 책도 출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누가 신학에 있어서의 빚탕감은 빚탕감 행위의 당위성과 근거를 분명히 제시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빚탕감에 대한 설득의 근거는 매우 근본적인 것으로 자신들의 부 축적이나 행복한 삶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상기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상기시키는 것은 빚탕감 주문이 결코 사회구조 자체를 부정하거나 부자들을 추방하는 급진적 방식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마음을 힘없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돌리기 위한' 부드러운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결코 채권자들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나눔의 미덕'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보았다.

또 "결국 누가의 빚탕감은 당시 초기의 신앙공동체에게 가족적인 나눔이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동에 옮기는 하나의 방식이었던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누가 신학적 특징은 당시 그레코-로만 사회의 지배적 관계구조인 '후견인 제도에 입각한 교제(patronal friendship)'를 뛰어넘으려는 것이다"며 "바꿔 말하면 비유의 화자인 예수는 공동체내의 부유한 바리새인들에게 '계산적인 균형적 나눔'을 기대하지 말고 오히려 아무런 대가의 기대 없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진정한 후견인이 되어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정 교수는 '후견인 제도에 입각한 교제', '계산적인 균형적 나눔'을 '기존 사회의 타당성 구조(plausibility structure)'라고도 표현했다.

그는 "이 비유는 독자 혹은 원청중들에게 익숙한 기존 사회의 '타당성 구조'에 함몰되는 대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의 정신'에 입각해 비유 속 청지기의 빚탕감 행위를 이해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이 비유가 말하고 있는 빚감면은 가족 관계 같은 신앙공동체 안에서도 당시의 기초 경제품목에 대한 재분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심각한 문제로 발전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정확하게 갚아 줄 '최고의 후견인'(눅 6:35b, 14:14)"이라며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에 대하여 이익을 절제하거나 자선 베풂을 통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사상'이 그러한 물질적 지원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종성 교수는 결론에서 "'주의 은혜의 해'(눅 4:19), 즉 안식년 혹은 희년제도의 선포는 사회의 최하위계층으로 떨어져있거나 고리대금의 수탈적 압박에 짓눌려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종교적 안전장치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는 "물론 억압과 수탈에 항거하는 목소리는 종교 공동체 내에서 제의적 기도와 탄원이 '영성화' 되어 물리적으로 자신들의 생존권 탈환을 위해 저항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며 "복음서는 그러한 혁명적 저항을 촉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유세계나 기도문 속에는 가난한 자들과 억눌린 자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탕감촉구와 그에 따른 신적 경고를 다양하고 함의하고 있다"고 했다.

또 오늘날 시대에 있어서도 "빚탕감이 단순히 사회복지제도를 보완하는 수박겉핥기식의 일차적 처방전이 아니라 근본적인 공동체 회복의 실질적 수단이 되기 위하여 오늘날 '금융권의 탐욕'과 '정부 정책의 지속적인 실패'를 극복하면서 개인과 가계의 부채문제를 '인간에 대한 존중과 형재애'의 정신에 입각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본소득' 보장이 온전한 빚탕감의 정신이요 궁극적인 재분배의 완성형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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