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쌀 시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개방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쌀 시장은 내년부터 전면 개방되며, 정부는 관세를 통해 수입량을 자동조절하게 된다.

이 장관은 "관세화를 유예할 경우 의무수입물량(MMA)이 과도하게 늘어 농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관세화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에 이어 2004년 두번째로 쌀 시장 개방을 미루면서 MMA가 계속 늘어나자 국내 쌀수급에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수입된 MMA만 40만9000톤으로 지난해 쌀 소비량 450만톤의 9%에 해당한다.

게다가 1인당 쌀 소비량이 2010년 72.4㎏에서 2013년 67.2㎏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도 정부의 쌀시장 개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가 시장을 개방하면 MMA는 연간 40만900톤에 그치지만 관세화를 10년간 유예한다고 가정하면 처음 5년간은 연평균 11만톤, 다음 5년간은 연평균 22만톤을 추가로 받아 들여야 한다.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무수입량 증가는 국내 쌀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달 5년간 유예가 결정된 필리핀은 처음 2년6개월간은 64만5134톤, 나머지 2년6개월간은 80만52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관건은 관세율이다.

이 장관은 이날 정확한 관세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부, 전문가, 농민등이 참여하고 있는 자문기구 '쌀 산업 포럼'에서 적정 관세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야당이 요구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립은 시기상 이유를 들어 거부한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300~500%의 관세율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통상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나 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내에서는 500% 이상은 힘들고 350~400% 내에서 결정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농민단체들이 관세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500%를 넘어야 한다는 요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쌀시장 개방 선언 후에도 상당한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때도 이를 전제조건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TA나 TPP에 참여하면서 쌀 관세율을 낮추라는 상대국들의 압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쌀값 하락 및 농가소득 감소에 대비한 소득안정장치 보완 ▲수입쌀 부정유통방지대책 마련 ▲수입 최소화 및 생산기반 유지 등의 쌀 산업 발전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야당과 농민단체가 쌀 전면 개방에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여·야·정과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여야정단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놓고 있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철야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쌀 개방에 동의하면서도 400% 이상 고율 관세 적용 , 의무수입물량(MMA) 용도제한 철폐, FTA와 TTP 협상의 양허 대상 품목에서 쌀 제외 등을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오는 9월말까지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하고 올해말까지 국내 법령 개정 등을 완료할 계획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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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개방